국내 최대 태양광 업체인 현대중공업 매출이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부진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세계 태양광 모듈 시장의 공급과잉과 출혈경쟁이 계속되면서 수익성 확보를 위해 일부 생산라인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올해 초 내부적으로 태양광 매출 목표를 8500억원으로 설정하고 시장 확대에 집중해왔지만 세계 수요 위축과 태양광 모듈가격 하락으로 70% 수준인 6000억원대에 머물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현대중공업이 태양광 분야에서 벌어들인 매출액은 5900억원이다. 하지만 지난 상반기 매출액은 2177억7500만원으로 지난해 매출액의 50% 수준에도 못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2분기 매출액은 687억9800만원으로 1분기(1489억7700만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다.
현대중공업 고위 관계자는 “올 1분기 이후 갑작스럽게 수요가 위축되면서 기업들의 실적 역시 급전직하 하고 있다”며 “올해는 당초 계획한 매출 목표의 70% 가량(약 6000억원)의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대중공업뿐만 아니라 여타 태양광 모듈 제조업체들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며 “태양광 모듈 가격이 와트당 1.2달러까지 추락하면서 올해 수익성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수익성 확보’와 ‘그리드패리티까지 살아남기’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음성 모듈 공장 가동률을 20~30% 가량 낮춘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 관계자는 “중국산 저가공세와 시장 침체를 극복하지 못한 유럽·미국 태양광 업체들이 파산신청을 하고 있다”며 “가동률을 낮춘 것은 이러한 상황을 감안한 것으로 시황이 좋지 않을 때 생산라인을 정비하려는 의도도 있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의 태양광 매출은 95% 이상이 해외 수출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잠재력이 큰 해외시장 개척을 위해 현지기업 및 정부기관과 협력관계를 유지해 왔다.
업계 한 관계자는 “태양광 모듈 제조업체 생산능력은 지난해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어났지만 정작 시장은 10% 성장에 그치고 있다”며 “유럽 시장을 겨냥해 제품을 출시한 국내 일부 대기업은 적자를 감수하더라도 재고를 소진하는 출혈경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충북 음성에 연산 600㎿ 규모 태양전지 및 모듈 생산 공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폴리실리콘부터 태양전지·모듈·발전시스템까지 생산하는 태양광 분야 수직계열화를 갖추고 있다.
김동석기자 d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