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질 보다 양` 선택했다

 애플이 질보다 양을 선택했다.

 ‘아이폰5’ 대신 ‘아이폰4S’를 출시하면서 그동안 고집해온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중저가 시장으로 무게중심을 옮겼다. 스티브 잡스 시대가 끝나고 팀 쿡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신애플의 전략 변화다. 스마트폰 시장을 이끌어온 애플이 ‘혁신’ 대신 ‘규모의 경제’를 선택하면서 우리 기업에 새로운 기회가 열렸다.

 애플은 4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새로운 아이폰 모델 ‘아이폰4S’를 전격 발표했다. 시장이 예상한 ‘아이폰5’는 내놓지 않았다.

 아이폰4S는 전작 아이폰4와 크기와 디자인이 똑같다. 다만 듀얼코어 프로세서를 채택하고 카메라 화소 수를 500만에서 800만으로 끌어올렸다. 정보처리 속도와 카메라 성능이 업그레이드된 셈이다.

 애플은 지난 5월 세계개발자대회에서 발표한 iOS5와 아이클라우드를 아이폰4S와 함께 오는 12일 미국을 시작으로 세계 각국에 출시하기로 했다. iOS5에는 처음으로 음성인식 서비스 ‘시리(siri)’도 탑재된다.

 공식석상 데뷔무대를 치른 팀 쿡은 다소 상기된 얼굴로 “아이폰4S가 가장 멋진 아이폰”이라고 자랑했다.

 시장과 소비자의 반응은 달랐다. 당초 예상과 달리 전작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제품을 내놓자 크게 실망했다. 애플 주가는 3% 이상 떨어지면서 시장의 냉담한 반응을 반영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결과가 예상되는데도 애플이 ‘아이폰4S’ 발표를 강행한 것은 전략의 변화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신동형 LG경제연구원 연구원은 “(아이폰5 대신 내놓은) 아이폰4S는 애플이 대중시장을 본격 공략하기 위한 포석”이라며 “미국을 넘어 유럽과 중국 등 오픈시장을 겨냥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애플은 이를 반영하듯 ‘아이폰4S’ 발표와 함께 기존 아이폰4와 아이폰3GS 가격을 각각 100달러 가까이 대폭 인하했다. 아이폰3GS는 약정 가입 시 아예 ‘공짜폰’으로 제공하기로 했다. 중국 최대 이동통신사 차이나모바일 등 신흥국 통신사로 아이폰 공급도 확대하기로 했다. 중저가 대중 스마트폰 시장에 본격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계산이다.

 애플의 대중화 전략은 회사 안팎의 변화와 맞물려 있다.

 애플은 스마트폰 시장 수위를 달리고 있지만 전체 휴대폰 시장점유율이 5%에 불과하다. 프리미엄 시장으로는 한계에 봉착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매년 100%씩 성장하는 중국 등 신흥 거대시장을 간과할 수 없는 현실도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내부적으로 창조와 혁신의 상징인 스티브 잡스를 대신해 경영과 관리의 달인인 팀 쿡이 새 사령탑을 맡으면서 경영의 큰 줄기가 바뀌었다는 평가다.

 강경수 스트래티지 어낼리틱스(SA) 수석연구원은 “잡스 이후 애플이 물량 증산을 통한 시장 확대에 나선 것”이라며 “여기에 무게 중심이 쏠리면서 새로운 혁신은 대부분 느려질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혁신 속도가 느려진 애플을 따돌리고 4세대(4G) 스마트폰을 선도하는 삼성전자·LG전자·팬택 등 한국 기업은 새로운 기회를 잡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4G 스마트폰을 선점하면서 3G에서 애플에 밀린 프리미엄 기업 이미지를 되찾아 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신동형 연구원은 “아이폰4S에 소비자들이 실망하고, 월가가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으면서 한국 기업에 오히려 기회가 열리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이날 “아이폰4S에 대한 소송을 포함해 여러 가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그동안 애플이 신제품을 출시하면 이런저런 검토를 하겠다고 밝혔다”며 소송을 통한 가처분신청에 들어갈 예정임을 강력하게 시사했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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