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감추고 싶은 KBS

 앞으로 KBS가 한국을 대표하는 공영방송이라는 사실을 감춰야 할 것 같다. 예산을 제대로 쓰지도 못하면서 시청료를 올려달라고 떼를 쓴다. 수신료 면제 가구의 절반은 실제로 납부한 것으로 조사됐다. 난시청 해소와 수신 환경 개선에 KBS가 쓴 돈은 14억원에 불과하다.

 이뿐인가. 민주당 대표실 도청 의혹과 이승만 미화 방송 논란으로 시청자의 불안을 키우더니 정부 요청을 받고 4대 강 홍보방송을 편성했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급기야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취재한 79명 가운데 19명이 피폭되기에 이르렀다. 취재진에게 “일본 정부가 발표한 위험지역으로 이동하지 말고 우비를 구하라”는 지시를 내렸을 뿐이라니 기막히다.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취재진을 사지에 내몬 셈이다.

 KBS 경영진의 책임지는 자세가 요구된다. 특히 김인규 사장이 그래야 한다. 여러 공정 방송 훼손 논란과 도청 취재 의혹, 취재진 피폭의 정점에 서 있기 때문이다. 2009년과 지난해 흑자였던 회사가 올해 적자로 돌아설 전망이라니 경영자로서도 실패했다. KBS를 계속 경영해야 하는 이유를 찾기가 너무 어렵다. 직접 대답해도 좋고, 그를 돕는 이가 해답을 내놓아도 좋겠다. 임명한 이라면 더욱 환영할 일이다.

 어쩌면 KBS는 ‘끝없는 공정성 시비’를 숙명으로 여겨야 할 존재다. 공영 미디어가 걸어야 할 ‘올바른 길’부터 찾으라. 치우지지 말라는 얘기다. 정파에 귀 기울이고, 상업적 압력을 내치지 못한다면 한국 대표 방송사 자격이 없다. 묵묵히 제 일을 하면 시청료를 아무리 많이 올려도 국민은 수용한다.

 KBS는 공공의 그릇이다. 모든 논쟁거리를 방송하되 공정해야 한다. 시민이 시청료를 내는 이유다. KBS 임직원 모두 마음에 깊이 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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