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도어록 중기적합업종 선정 논란-`외국계 기업만 수혜?`

 디지털도어록의 동반성장위원회 중소기업 적합업종 신청을 놓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해외 기업들은 대기업이 디지털도어록을 생산, 판매하고 있는 데 비해 국내에서만 대기업 참여를 제한하게 되면 역차별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디지털도어록 시장은 연간 1100억원 규모다. 서울통신기술(브랜드 이지온)과 아이레보(브랜드 게이트맨)가 각각 30~35% 점유율로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서울통신기술은 삼성전자 계열사고 아이레보는 지난 2007년 스웨덴 아사아블로이가 경영권을 인수해 지분 100%를 갖고 있는 회사다.

 문제는 지난 5월 디지털도어록제조사협회가 동반성장위원회에 중소기업 도어록을 중기 적합업종으로 신청하면서 벌어졌다. 협회에는 아이레보가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지만 서울통신기술은 빠져 있는 상태다.

 업계는 디지털도어록을 중기 적합업종으로 지정하게 되면 다국적 기업은 국내에서 자유롭게 제품을 생산 판매할 수 있는 반면에 국내 대기업들은 시장진입조차 불가능해진다. 아이레보는 중소기업으로 등록돼 있지만 대주주인 아사아블로이는 미국과 유럽, 아시아 등 세계 140여개국에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고 연 매출이 6조원에 달하는 글로벌 기업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사아블로이는 아이레보를 인수해 국내 시장에 들어온 후 제일인더스트리·도어클로저·삼화정밀·협성금속 등을 인수하면서 덩치를 키우고 있는 상황”이라며 “중소기업을 살리기 위해 국내 대기업 활동만 제약할 경우 외국계 기업만 수혜를 보는 대표적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도어록 표준(KS)은 지난해 7월 국제전기위원회(IEC)에서 국제표준으로 채택됐다. 국내 기술력으로 수출 상품화가 충분히 가능한 분야로 꼽힌다.

 동반성장위원회 관계자는 “쟁점 품목을 포함 연내 모든 분야에서 중기 적합업종을 선정할 계획”이라며 “도어록도 업계 의견과 이해 당사자별 상황을 모두 감안해 합리적 판단을 내리겠다”고 말했다.

 디지털도어록과 유사한 문제는 LED조명과 재생 타이어 분야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LED조명에서 대기업인 삼성LED와 LG전자를 제약하면 오스람과 필립스가 상대적 수혜를 볼 수 있다. 재생 타이어도 한국타이어·금호타이어 등 국내 기업이 위축되면 브리지스톤이나 미슐랭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국내 시장을 잠식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