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그룹사의 통합과 분할을 놓고 벌이는 전력산업 구조개편 논란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용역까지 주면서 구조개편을 전면 재점검 한 후 지식경제부가 6개의 발전자회사와 전력거래소·한국전력공사 현 체제를 유지하겠다고 밝힌 지 불과 1년만이다.
계기는 지난달 15일 정전사태의 근본 원인으로 계통운영과 배전판매가 분리된 현행 전력산업구조가 지적되면서다. 전력 및 발전노조를 비롯한 전력업계 내부와 정치권은 이번 일을 계기로 업무별로 분리된 전력산업을 일원화해 유기적인 조율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력산업 구조개편은 장장 10년을 끌어온 논란이다. 2001년 경쟁구조 도입을 통한 서비스 효율성을 취지로 전력그룹사가 분리된 이후 ‘공익성과 협력체제 유지’를 근거로 한 통합론과 ‘경쟁에 따른 서비스질 개선’을 근거로 한 분리론으로 극명하게 나뉘어 지루한 논쟁을 계속했다.
지난해에는 KDI 용역을 통해 논쟁의 마침표를 찍으려 했지만 이 역시 ‘발전은 경쟁, 판매는 한전 독점체제 유지’라는 결론이 나면서 이렇다 할 성과를 얻지 못했다.
이번 정전사태로 전력산업 구조개편 논란은 ‘통합’ 쪽으로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번 사고의 원인이 사실상 조직 분리에 따른 상황정보 미공유와 협조체제 불협화음으로 좁혀지면서 통합론이 힘을 받고 있다.
그동안 구조개편과 관련해 말을 아끼며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던 정부도 통합 재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 23일 전력그룹사 국정감사에 참여한 정재훈 지식경제부 에너지자원실장은 “한국전력과 전력거래소 간 직원 파견 및 TF 구성과 같은 소극적인 방안과 양 기관을 통합하는 적극적인 조직개편 방안 모두가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전력산업구조 통합은 네트워크를 기본으로 하는 전력산업 특성 상 하나의 조직이 생산에서 공급까지 관리, 유기적인 서비스와 비상대응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전련산업의 분할 역시 경쟁체제 도입과 민영화를 통해 효율성과 서비스 개선을 유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마치 지금의 통신 산업과 유사한 형태다.
그동안 전력산업 분할을 외치던 진영은 정전사태를 계기로 급격히 통합론으로 기우는 일련의 상황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공기업 대형화를 부추길 수 있고 통합과정에서 구조조정과 같은 고통이 수반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박수훈 민간발전협회 상근부회장은 “이번 정전사태는 분리 구조가 아닌 그동안의 잘못된 관행에 따른 것으로 통합구조라 해서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정전을 통합의 명분으로 삼지 말고 진정성 있는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