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적인 전자산업단지인 구미산업단지의 6월 생산실적은 6조7429억원 수준으로 전월 대비 1.3% 정도 줄었다. 아직 정확한 집계가 이뤄지지 않았지만 한국산업단지공단 구미지사는 6월 이후 현재까지 생산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스마트폰 수요가 전체 생산실적을 주도하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전기전자분야의 제품가격이 하락하면서 생산량도 줄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미국, 유럽 등 글로벌 경제 위기 여파가 자금력이 부족하고 대기업 의존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전국 산업단지 곳곳을 위기로 몰아가고 있다. 기업들은 주저앉아 있기 보다는 신기술과 신제품으로 돌파구를 확보하려 하지만 역부족이다.
각 지역별 대표 산업단지 상황과 기업의 자구책 방안 등을 들여다봤다.
◇산업단지 ‘먹구름’=세계경제 불안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구미지역 수출기업의 상당수가 올해 수출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구미산업단지 기업 가동률은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격차가 심하다. 실제로 대기업의 현재 가동률이 90%에 달하지만, 중기업과 소기업은 각각 82%, 77%로 현격히 떨어진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밀집된 충남 아산 탕정산업단지는 산업간 명암이 뚜렷하다. 반도체 업종이 비교적 선전하고 있는 반면 디스플레이쪽은 전망이 어둡다. 김종일 충남 디스플레이센터장은 “전 세계적으로 패널이 과잉 공급돼 디스플레이 산업 경기가 좋지 않은데다 LCD 업종 역시 실적이 안 좋고 적자 상황이라 관련 협력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내년 상반기는 경기가 더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만큼 업체들이 더욱 긴장하고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지역 중소기업계도 적색 경고등이 켜졌다. 중소기업 평균 가동률은 물론이고 경기전망 지수까지 줄줄이 하락하면서 전국 평균치를 밑돌았다. 이 지역 중소제조업의 7월 생산설비 평균 가동률은 71.3%로, 4월 이후 3개월간 연속 하락했다. 8월 지역 어음 부도율은 0.17%로 전달에 비해 0.03% 포인트 높아졌다. 6월에 이어 3개월째 상승, 지역 업체의 어려워진 경영 사정을 반영했다.
부산지역도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 확대로 기업 경영 사정이 좋지 않다. 기계, 자동차 부품 등 제조업을 중심으로 수출국 소비 심리 둔화로 주문이 감소하는 등 즉각적으로 매출에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 부산상공회의소는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비제조업 피해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기술력과 신제품으로 위기 돌파=디스플레이와 전자재료용 타깃 본딩 전문기업인 티엠테크는 대기업 물량이 30% 이상 감소했다. 하지만, 최근 태양광, 표면처리 등 사업분야를 다각화하면서 어려움을 극복해 가고 있다.
지난 2004년 일본과의 합작으로 설립된 마이크로하이테크는 LCD 검사장비가 주력이었지만 디스플레이 수주가 급격히 줄면서 검사 장비 사업을 접었다. 이 업체는 최근 신규 사업으로 LED 조명등을 개발,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업체 관계자는 “대기업으로부터 디스플레이분야 주문 물량이 없어 LCD 검사용 장비와 부품사업을 중단할 수 밖에 없었다”며 “구미지역 대기업 협력업체 상당수가 새로운 아이템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협력업체인 모 중견기업 CEO는 “반도체는 상대적으로 괜찮은데 디스플레이쪽이 문제다”며 “신제품과 높은 기술력으로 돌파하는 길 밖에 없다”고 말했다.
LED조명 생산기업인 인탑스LED는 환율상승과 고유가 현상으로 아직까지 별다른 피해는 없지만 장기화될 채산성 하락을 우려하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임베디드보드 생산기업인 리눅스아이티는 환율 상승에 따른 원자재 값 상승을 우려하고 있다. 임베디드 보드에 장착되는 중앙처리장치 메인칩을 미국에서 전량 구매하는 이 회사는 올 초에 비해 10~20% 정도 원자재 가격이 오르자 비용절감 등 대책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회사 관계자는 “원자재 값은 상승해도 상승분을 곧바로 제품단가에 반영할 수 없다”며 “환율, 환차손이 발생할 때 이를 효율적으로 지원해주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요 산업단지 경기 동향>
대전=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