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보유 현금성자산 감소…8곳 중 1곳은 10억원 미만

 상장사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 유동성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보유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10억원에도 못 미치는 곳이 78곳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3일 한국상장회사협의회와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12월 결산법인 632곳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 총액은 지난 6월 말 현재 48조1330억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해 말 52조940억원보다 7.6% 감소한 수치다.

 회사당으로 환산하면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762억원으로, 6개월 전보다 824억원보다 줄었다.

 현금성자산 감소 원인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경기가 완만하게나마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로 투자를 확대했으나 경기가 호전되지 않아 예상 수익을 내지 못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경기 불황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중견·중소기업 자금 사정이 더욱 나쁘다는 점이다. 이들 기업은 자금난을 해결하고자 차입, 채권발행, 증자 등에 나서고 있으나 성과는 매우 저조하다. 현금성자산 감소율이 70%를 넘는 기업 59곳 가운데 대형주는 NHN(-73.98%)과 현대백화점(-94.85%) 2곳에 불과했다. 상장사 중 78곳은 보유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10억원에도 못 미쳤고, 19개사는 1억원도 안됐다.

 한 소형주는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작년 말보다 97.3% 줄어든 152만원이었다. 사실상 현금이 없는 상태로, 영업활동에서 279억원이 빠져나간 결과다.

 반면에 주요 대기업으로 구성된 10대 그룹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 평균 감소율은 5.0%로 상장사 평균치보다 낮았다. 한화그룹은 현금성자산이 179.5%나 증가했다. 포스코그룹(78.0%)과 현대중공업그룹(52.0%)도 증가 폭이 컸다.

 삼성그룹은 33.4% 줄어 감소폭이 가장 컸다. 계열사 중 최대 비중을 차지하는 삼성전자가 32.1% 줄었기 때문이다. 한진그룹(-15.2%)과 현대차그룹(-13.5%)도 감소율이 높은 편이었다.

 안성호 한화증권 기업분석팀장은 “올해 초만 해도 경기가 점차 회복될 것이라는 낙관론이 우세하자 기업들이 공격적인 투자계획을 세워 집행했다”며 “그런데 갑자기 유럽 재정위기가 불거지고 영업환경이 악화돼 현금 보유량이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창규 기자 k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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