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야심은 유럽연합의 탄소배출권거래제를 기반으로 그 위에 글로벌 탄소 시장을 세우는 것이며 그것은 바로 런던을 중심으로 하는 것이다.” 고든 브라운 전 영국 수상은 2007년 재무장관 시절 대륙을 연결하는 탄소시장 출범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세계 각국이 녹색성장 구현을 위해 온실가스를 감축하겠다며 난리법석이다. 유럽연합(EU)은 1990년 대비 2020년까지 최대 30%를 감축하겠다고 공표했다. 우리도 202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률을 30%로 설정했다.
저탄소 녹색성장과 직결되는 탄소세가 있다. 아직 우리에게는 낯설지만 세계 각국은 지구 환경보호와 인류평화라는 전제 아래 탄소세 도입을 서두른다. 독일은 에너지세로, 영국은 기후변화세라는 이름을 갖고 있다. 이는 겉으로 드러난 모습일 뿐, 속내를 들여다보면 사뭇 다르다. 자국 산업보호가 밑바탕에 깔려 있다.
탄소세는 기업이 온실가스를 배출한 만큼 세금을 매겨 궁극적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억제하려는 제도다. 현재 독일·영국·미국·핀란드 등 선진국들이 대부분 도입했다. 호주는 올해 2월 탄소세를 발표하고 12월부터 CO₂ 배출량 1톤당 23달러(호주달러)를 부과할 예정이다. 중국은 국제사회의 탄소세 도입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지만 내부에서는 이미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내년부터 수입되는 모든 제품에 1톤당 10위안(1.46달러)을 부과할 예정이며 2020년에는 40위안으로 증액할 계획이다.
‘세금’인만큼 이들 나라에 제품을 수출하는 기업들의 추가부담은 확실해 보인다. 우리 기업이 수출하는 모든 제품에 탄소세가 부과되는 것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EU는 내년부터 모든 유럽 노선 항공에 탄소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해 여행객 역시 부담이다. 세계가 글로벌 거버넌스에 합의해야 하는 상황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는 이야기다.
해외바이어들은 기업에 탄소배출 정보요구를 점차 늘리고 있다. 삼성·현대 등 우리나라 대기업들 역소 탄소발자국보고서(CFR)를 발간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탄소배출 규제를 넘어서 점차 제품에 대한 직접규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문제는 각 기업별 대응인 아닌 국가차원의 전략이다. 우리나라 역시 조세연구원을 통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 실체가 없다. 탄소세는 국가·기업·개인별로 부과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간과해서는 안 된다. 다만 탄소세가 국가의 세수확보를 위한 에너지세금이 아님을 정부는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글로벌 시장에서 전략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논리를 만들어야 한다.
환경문제는 주인 없는 땅에 쓰레기를 몰래 버리는 ‘공유지의 비극’과도 같다. 부자나라가 가난한 나라에 고통을 강요하는 모순 때문에 ‘탄소세 저항’이 있을 수 있지만 그렇다고 손을 놓을 수도 없다. 녹색기술 주도권을 놓고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대응이 늦을수록 더 큰 비용을 치를 수밖에 없다.
김동석 그린데일리 부장 d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