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줄기세포

 도마뱀은 위협을 받으면 자신의 꼬리를 스스로 끊고 도망간다. 그러나 잘려진 꼬리는 6개월 정도 지나면 전과 똑같은 상태로 재생된다. 도마뱀 외에도 많은 하등동물들이 도마뱀과 같은 조직재생능력을 갖고 있다.

 도마뱀 등 하등동물의 손상된 장기나 조직이 재생되는 것은 줄기세포 때문이다. 줄기세포는 우리 몸을 구성하는 다양한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기능을 가진 세포를 말한다.

 사람과 같은 고등동물의 재생능력이 한정적인 이유는 성장한 이후에는 대부분의 세포가 분화능력을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이는 세포를 분화 이전으로 되돌리면 다양한 세포를 다시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부 조직의 문제로 괴로움을 겪고 있는 불치병 환자에게 줄기세포가 희망이 되는 이유다.

 우리나라는 황우석 사건 이후로 줄기세포 연구가 급격히 위축됐다. 줄기세포라고 하면 극단적으로 거부 반응을 일으키곤 한다. 그러나 선진국에서는 줄기세포의 가능성을 믿고 경쟁적으로 투자와 연구를 진행중이며 획기적인 성과들이 쏟아지고 있다.

 미국은 오바마 대통령이 2009년 배아줄기세포 연구 지원을 재개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으며 지난해 줄기세포 연구에 12억9000억 달러를 투자하는 등 줄기세포 치료제 연구를 주도하고 있다. 중국은 이 분야에 2009년 1840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유도만능줄기세포 연구에 집중하고 있는 일본도 이 분야에만 1400억 원에 달하는 투자금을 지원하는 등 막대한 투자를 감행하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정부가 줄기세포 연구개발(R&D) 의지를 다시 밝힌 것은 고무적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주말 직접 줄기세포 연구현장을 방문한데 이어 19일 라디오·인터넷 연설에서 “내년 줄기세포 관련 연구에 1000억원 가까운 투자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줄기세포 치료제 시장은 거대한 규모로 성장할 것이 확실하다. 때문에 선진국에 종속되지 않기 위해서는 독자적인 연구개발을 계속 진행해야한다. 아직 선진국에 비하면 부족하지만 정부의 줄기세포에 투자 발표가 부정적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