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에코 IT, 생존의 이슈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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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업계 최초로 에너지관리시스템을 적용한 대우조선해양의 해양도장공장 전경. 대우정보시스템과 함께 개발에 성공했다.

 컴퓨팅 기업의 화두는 ‘친환경 IT’ 실현이다. 기존에는 기업의 관심이 주로 데이터센터와 PC의 전력소모 절감 등에 머물렀다. IT 시스템 자체에 소요되는 에너지를 절감하는 소극적 개념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를 넘어서 IT를 활용, 전사적으로 에너지 소모를 절감하는 식의 적극적 개념으로 확대되고 있다. IT를 이용한 공장과 사무실의 양방향 에너지 절감도 부각되기 시작했다. 정부가 강조하는 에너지목표관리제 역시 여기에 일조하고 있다.

 친환경 시장으로 눈을 돌린 대형 IT서비스 기업은 물론 국내외 SW 기업도 패키지 개발을 통해 적극적 공세에 나서고 있다. 시범적으로 시스템을 구축했던 제조·금융·유통기업 등도 잇따라 탄소 및 에너지 관리를 위한 시스템 확산에 적극 나서고 있다. 대학도 낭비 많은 캠퍼스 에너지 소비 패턴을 친환경으로 바꾸기 위해 IT 인프라 구축에 가세하면서 그린(Green) 시장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IT서비스부터 SW까지···‘그린’ 춘추전국시대=친환경 키워드를 내건 IT서비스 기업들과 SW기업들의 시장 공세는 올 들어 한층 강화됐다. 에코프론티어 등 전문 컨설팅 업체들이 초기 시장에서 강세를 보였다. 이어 올해 삼성SDS, LG CNS, SK C&C, 대우정보시스템 등 IT서비스 기업들이 해외 업체와의 제휴 등으로 컨설팅부터 시스템 구축에 이르는 친환경 사업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SW 업계에서는 SAP, 슈나이더일렉트릭 등 외산 SW 업체들을 비롯해 옴니시스템 등 국산 SW도 대형 사례를 확보하면서 두각을 보이고 있다. 슈나이더일렉트릭코리아와 한국후지쯔는 에너지관리 솔루션 비즈니스 MOU를 통해 동맹을 맺기도 했다. 기업은행 등의 프로젝트를 추진한 딜로이트컨설팅 등도 기존 IT 컨설팅 위주에서 친환경 컨설팅 기업으로 변신해 활약하고 있다.

 IT서비스 기업들은 전문 기업들과의 적극적 제휴를 통한 신시장 개척 의지를 보이고 있다. 올 상반기 삼성SDS는 이미터(eMeter)와 스마트 그리드 사업 제휴를 맺고 중국과 중동 등 아시아 시장 공략을 위한 협력 관계를 강화했다. 독일 테크니데이터, 영국 ERM 등 해외 전문 기업들과 환경 사업 맞손을 잡은 데 이은 것이다. 삼성SDS는 ERM 제휴 이후 전사적 환경전략, 탄소경영컨설팅 부문의 역량을 추가하고 환경컨설팅 시장에 본격 진출한 바 있다.

 LG CNS도 유럽 환경 전문 IT기업인 벨기에 트라시스(Trasys)와 손잡고 REACH 관련 컨설팅 사업을 펼치고 있다. 트라시스와 아태 지역에서 공동 마케팅을 전개,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REACH 대응전략 수립, 공급망관리(SCM) 컨설팅 등도 제공한다. 지난달부터는 한국환경공단과 폐기물 통합관리를 위한 ‘올바로시스템’의 해외 진출도 추진하고 있다. 개발 도상국가를 대상으로 기반을 다져 동남아, 미주, 유럽 중국 등으로 사업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SK C&C는 전공을 살린 IT 컨설팅 보다는 친환경 ‘전기차 시장’ 공략에 눈을 떴다. SK에너지와 배터리관리시스템(BMS) 사업을 위한 협력 체제를 구축, 관련 핵심 기술 개발에 진척을 보이고 있다. 전기차〃신재생에너지 등 스마트그리드 영역에서 배터리 사용이 확산되면서 기술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중공업·대학·공공 등에 패키지를 공급하면서 에너지 관리 시장에서 발 빠른 행보를 보인 대우정보시스템도 부상 중이다. 국가온실가스 종합정보센터에서 발주한 ‘국가 온실가스 종합관리 시스템 구축 사업’을 추진한데 이어 지난 2월 자체 패키지로서 ‘블루스트림(BlueStream) GEMS 3.0’ 패키지를 내놓고 시장 공세에 나섰다. 두산인프라코어, 대우조선해양 등 대형 사례를 확보하면서 시장 입지를 넓히고 있다. 올 하반기 한양대학교 차세대 통합시스템 사업에서 대학 내 각 건물의 에너지 낭비를 줄이는 빌딩에너지관리시스템(BEMS)을 적용하기도 했다. 이어 최근 MOU를 맺은 교통관리공단과의 녹색 교통 포인트제 서비스 개발 사업을 통해 공공기관에 BEMS를 적용하고, 업무용 차량의 온실가스 및 에너지관리 시스템도 개발한다.

 한전KDN은 스마트 미터와 인홈디스플레이(IHD) 기능 확대를 통해 에너지 관리에 오락 기능까지 갖춘 에너지관리시스템을 선보였다. 올 상반기 SK텔레콤 등 통신 사업자들도 BEMS 시장에 뛰어들면서 경쟁은 더 뜨거워지고 있다.

 ◇기업·대학 ‘에너지관리’ IT 프로젝트 봇물=친환경 열풍이 기업들의 IT투자 키워드를 실질적으로 바꿔 놓기 시작한 것은 올 하반기부터다. 정부의 온실가스·에너지목표관리제가 기폭제 역할을 했다.

 주요 기업들이 정기적으로 에너지 소요량을 측정해 정부에 보고해야 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하이닉스반도체를 포함해 현대자동차, 대우조선해양 등 의무 감축대상 기관인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에너지관리 시장은 달아올랐다.

 자동차, 조선 등 생산 과정에서 에너지 소비량이 많지만 수기 작성이 복잡한 산업군에서 주로 시스템 구축이 잇따랐다. 기업들의 고민은 ‘현상보고’ 수준에서 ‘의무감축’ 이슈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단순 수집 시스템이 아니라 양방향 관리가 가능한 시스템 구축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딜로이트컨설팅 관계자는 “작성된 데이터를 모아 탄소 배출량을 보고하는 작성 위주 업무 중심에서 하반기를 기점으로 수집 및 보고된 데이터를 통해 감축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는 이슈로 기업들의 IT 관심사가 전환됐다”고 설명했다.

 현대자동차는 올 하반기 경영 차원 의사결정까지 가능한 통합 에너지관리시스템을 전 공장을 대상으로 확산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조선업계 최초 통합에너지관리시스템을 시범 가동한 데 이어 지난달부터 시작해 연내 전 도장공장에 시스템 구축을 완료키로 했다. 대림산업은 양방향 에너지관리시스템을 자체 개발하고 건물에 적용하고 있다.

 포스코도 광양제철소에 에너지관리시스템을 구축하고 올해 전 사업장에 확산하는 등 친환경 IT 인프라를 적극적으로 확충해 나가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도 상반기부터 전 공장을 대상으로 통합에너지관리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두산중공업은 업계에서 처음으로 시스템 구축을 완료한 바 있다.

 금융·대학과 공공기관들도 적극적이다. 신한금융그룹에 이어 올해 초 우리금융그룹도 온실가스 관리시스템 구축을 확산키로 했다. 앞서 국민은행은 2009년 금융권 최초로 탄소배출관리시스템을 마련한 바 있으며 올해 이를 업그레이드해 2013년까지 단계적으로 온실가스 및 에너지관리시스템을 구축하게 된다. 대학가에서는 한양대학교가 올 하반기 가장 먼저 통합에너지관리시스템 구축에 들어갔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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