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경제학자(SW Economist)’는 무엇을 하는 사람일까.
SW를 경제학 측면에서 분석해 그 가치를 고객에게 제안하는 학자 정도로 해석 가능하다. IBM은 사내에 SW 경제학자를 두고 있다. 워커 로이스가 그 주인공이다.
SW 경제학자는 IT업계에서도 특이한 직군이다. IBM 내에서도 그가 유일하다. 직원들도 그의 역할이 궁금할 정도다. 그는 어떻게 이 직함을 얻었을까.
워커 로이스의 전공은 경제학도, 컴퓨터공학도 아니다. 그는 물리학을 전공했다. 대학 졸업 후 16년간 SW 개발자로 일했고 이후 IBM에 입사해 래쇼날소프트웨어 사업부 부사장과 총괄책임을 거쳤다. 현재는 IBM 컨설팅 사업부를 책임진다.
“고객에게 SW를 어떻게 활용해 성과화할 지를 경제적 관점에서 쉽게 설명하다보니 많은 성과가 있었습니다. 회사는 이 점을 높이 평가해 ‘SW 경제학자’라는 직함을 만들어줬습니다.”
워커 로이스는 독특한 직함을 얻게 된 배경을 이 같이 소개했다. 그는 직함의 중요성을 바로 깨달았다. 이 직함으로 고객과 소통하다보니 최고정보책임자(CIO)와 최고재무책임자(CFO) 등이 자신과 더 얘기를 나누고 싶어하더라는 것이다. 이들과 공감도 더 쉽게 이뤄졌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사내에서 그의 주 업무는 무엇일까. 그는 SW 개발 생산성 향상 방법론을 개발하고 SW 투자수익율(ROI)을 분석한다. 사내 컨설턴트와 영업 및 임원을 대상으로 이런 개념을 전파하는 멘토링 역할도 겸한다. 관련 서적도 3권을 펴냈다.
워커 로이스는 한국 기업을 위해 팁(tip)을 제시했다. “간단하지만 아주 영향력이 클 것”이라고 말을 꺼낸 그는 SW 개발 프로젝트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으로 통합테스트를 가장 먼저 수행할 것을 권했다. 일반적으로 개발 작업이 끝나면 통합테스트에 앞서 단위테스트를 한다. 이 과정에서 버그를 찾아 수정한다. 이후 통합테스트에서 다시 한 번 대대적 수정 작업에 나서는 게 업계 관례다.
그는 “어렵고 복잡한 것을 먼저 해결하는 게 경제학적 측면에서 훨씬 이득”이라며 “통합테스트 이후 단위테스트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는 비교적 손쉽게 수정 가능한 것들이 많다”고 말했다. 일처리 순서만 바꿔도 개발시간이 10%에서 최대 30%까지 단축된다는 설명이다.
커뮤니케이션(소통)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IT 문제의 절반은 기술문제가 아니라 소통문제에 기인한다는 것. 워커 로이스는 “SW엔지니어가 소통에 서투르고 SW 성과를 계량화하는 데도 익숙치 않다”며 “고객과 정직하게 소통하고 상호 신뢰를 구축하면 왠만한 문제는 해결된다”고 역설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