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 국내 RFID 산업의 새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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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전자태그(RFID) 시장만큼 정부 주도로 성장한 산업 분야도 드물다. 하지만 지속적인 지원에도 불구하고 RFID 산업은 기대한 만큼 성장을 이루지 못한 듯하다.

 RFID는 2003년부터 물류 혁명 기술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당시 미국 월마트와 국방부에서 납품업체들에 RFID 부착을 의무화했다. RFID 기술은 공급망 체계를 효율화하고 재고 문제를 해결할 혁신적인 기술로 인정받았다. 국내에서도 참여정부 ‘IT839’ 전략의 주요 개발 기술로서 많은 벤처기업이 태동했다. 벤처투자사의 러브콜을 받는 주요 기술의 하나였다. 당시 정보통신부 주도로 900메가헤르츠(㎒) 대역 극초단파(UHF) RFID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솔루션과 사업 모델이 개발돼 물류, 보안, 자산관리 등 다양한 영역에 적용됐다.

 한동안 세계 유수 시장조사업체에서 RFID의 장밋빛 전망을 쏟아냈지만 그간의 실적과 결과를 보면 여러 경제 요인을 감안하더라도 기대에 한참 못 미쳤다. 과대 포장된 기술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UHF RFID 기술은 많은 산업 현장에 꾸준히 적용됐다. 국내에서도 자산관리시장 등에 좋은 응용기술로 쓰이며 나름대로 성장했다.

 국내 기업이 UHF RFID 기술로 세계 시장에 도약하기를 기대했던 정부 정책은 이제 모바일 RFID 기술로 재정비됐다. 모바일 결제의 중요 기술인 근거리무선통신(NFC) 기술을 자연스럽게 포함했다. NFC 기술은 NXP와 소니 같은 원천 기술사뿐만 아니라 카드·금융사, 이동통신사, 단말기 제조사들에 의해 시장이 성장하는 추세다.

 그간 RFID 기술 개발을 주도한 정부와 정부출연연구소에서도 NFC를 포함한 모바일 RFID R&D 프로젝트를 기획·추진한다. 하지만 그동안 반복됐던 서비스 모델 개발이나 모방형 기술 개발만으로 진정한 산업적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따라서 그간의 프로젝트 목표와 다른 혁신적인 목표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첫째로 프로젝트를 통한 지식재산권의 확보다. 과거 UHF RFID 기술 개발의 경우 원천특허를 고려하지 않은 기술 개발과 비즈니스 모델로 인해 관련 업체가 시장 성장의 결과물을 얻기 전에 해외 특허괴물의 목표가 됐다. 국내 시장에서야 어떻게 해볼 수 있지만 특허협상을 하지 않고서 해외 진출은 원천 봉쇄될 수 있다. 원천특허를 가진 해외 업체들을 인수합병(M&A)하는 것이 답일 수도 있다. 기술개발로는 6개월 내지 1년의 시차만 제공하지만 지식재산권을 소유하면 20년 격차를 만들어낼 수 있다.

 둘째로 건전한 비즈니스 생태계를 통한 세계화를 염두에 둬야 한다. 국내 시장의 한계는 누구나 안다.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업체가 골고루 포함된 건강하고 통합된 비즈니스 생태계가 형성돼야 한다. 이러한 연합체의 경험과 능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 도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셋째로 최종 목표는 강소기업 육성에 둬야 한다. 대기업 역할론과 상생 담론을 떠나 시장 성장과 국가 발전은 강소기업의 탄생과 성장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의식적이라도 프로젝트와 산업발전 목표를 세계 시장에서 통할 창조적 강소기업을 육성하는 데 둬야 한다.

 당장 국내에서만 통하는 기술이 중요한 게 아니라 세계 시장 1, 2위로 달려가는 혁신적 중소기업이 나올 터전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국내 고용 창출에 이바지하고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창조적인 강소기업을 통해 RFID 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관련 정부 부처와 출연연, 민간업체가 지혜와 의지를 가지고 새롭게 도전하기를 기대한다.

 현진우 바이텍테크놀로지 대표 jwhyun@bitekp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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