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정의 그린로드] 신재생 보급정책 다시 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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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RPS)라는 불똥이 발전사업자 발등에 떨어졌다. 새삼스럽지 않은 일이지만 상황이 심각하다. 당장 내년부터 RPS가 시행되지만 발전량 일정 비율을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해야 할 발전사업자들은 준비가 덜 됐다. 직접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발전량을 채우지 못하면 인증서를 구입해야 하지만 인증서 구입도 난망한 상태다.

 발전사업자가 앞다퉈 추진한 조력발전은 지역 주민과 시민단체·지자체의 반대에 부딪혀 수년내 완공을 바라기 힘들다. 우리나라 서해안은 조수간만의 차가 크고 섬이 많아 조력발전에 적합하다. 발전용량이 크다는 이점 때문에 발전사들이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환경(갯벌)보호라는 명분에 막혀 있다. 육상풍력이나 해상풍력도 민원의 벽을 넘기 힘든 건 마찬가지다. 풍력발전기를 개발하고 설치하는 시간보다 해당지역 지자체 사업허가나 지역 민원을 해결하는 데 시간이 더 많이 소요된다. 사업에 참여한 기업들도 사업허가나 민원해결이 언제 끝날지 몰라 세월만 보내다가 사업을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RPS는 발전사업자에 전력 생산량이나 판매량 일정 부분을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하게 하는 제도다. 정부는 2001년부터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위해 에너지원별로 가중치를 달리해서 지원하는 발전차액지원제(FIT)를 시행해왔으나 경쟁을 촉진하는 유인책이 없고 정부 재정부담이 크다는 이유로 폐지하고 대신 RPS를 도입하기로 했다. RPS는 설비규모 500㎿ 이상 발전사업자에 해당된다. 한전 6개 발전자회사와 지역난방공사·수자원공사·포스코파워·케이파워·GS EPS·GS파워·MPC 율촌전력·MPC 대산 등 14개 발전사업자가 대상이다. 이들은 제도 시행 첫해인 내년에는 2%를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해야 한다. 의무비율은 2022년 10%가 될 때까지 매년 0.5%P씩 늘어난다.

 발전사업자는 직접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해 전력 의무량을 채우거나 부족한 만큼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를 구매해 목표량을 맞추면 된다. 발전사업자가 직접 신재생에너지원으로 발전해 의무량을 채우는 작업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RPS 시행 첫해인 내년에 발전사업자가 신재생에너지로 발전해야 하는 의무량은 전체 발전량의 2%인 7000~7300GWh 정도다. 하지만 내년에 발전회사 스스로 확보할 수 있는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은 다 합해도 2000GWh에 불과하다. 적어도 5000GWh에 해당하는 REC를 구매해야 한다는 계산이다.

 발전사업자들이 대안으로 생각하는 REC 구매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현재로선 정부에서 진행하는 RPS 시범사업에 선정된 사업자를 통해 REC를 구입해야 하지만 발전의무량을 채우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일반 신재생에너지 발전시설을 통해 구입하면 되겠지만 대부분이 FIT를 통해 지원을 받고 있어 REC로 인정받지 못한다. 발전사업자들은 RPS 의무비율 부족분을 채우기 위해 REC를 확보해야 하지만 정작 매입할 곳이 없어 발만 동동 구르는 상황이다.

 정부는 안정적인 RPS 도입을 위해 2005년부터 에너지공기업과 자발적 신재생에너지 공급협약(RPA)를 체결했지만 결과는 시원치 않다. 발전사업자가 의무량을 채우지 못하거나 REC를 매입하지 못하면 과징금을 납부하면 된다고 하지만 최선은 아니다.

 정부는 발전사업자 간 경쟁을 촉진시켜 연구개발 촉진과 비용 저감을 유도할 수 있다는 판단에 FIT를 폐지하고 RPS도입을 결정했다. 하지만 시행을 앞둔 지금 커다란 벽에 봉착했다. RPS를 먼저 도입한 일부 국가 중에는 FIT로 성공한 국가를 벤치마킹해 두 제도를 혼합한 정책을 펴는 곳도 있다. 제도 시행 6개월이 채 남지 않은 지금,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위한 정부의 현명한 결정이 필요하다.


 주문정 그린데일리 부국장 mjjo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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