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코 먼 과거나 미래 얘기가 아니다. 지난 몇 년간 치러진 선거 결과에서 계속 반복돼온 검증된 이론이다. 언제부턴가 우리 정치에서 인터넷 여론과 네티즌 표심은 선거 당락을 좌우하는 결정적 변수가 됐다.
지난해 6·2 지방선거도 젊은 네티즌의 막판 표심이 판세를 바꿨다. 선거 당일, 인터넷에 투표를 독려하는 글이 오후 들어 급증하면서 실제로 투표율 상승을 이끌어냈다. 조용히 숨어있던 젊은 네티즌 표심이 한꺼번에 표출된 것이다. 2002년 노무현 전 대통령 대선 당시 모습도 이와 유사하다. 대선 당일, 오전까지 이회창 후보가 앞섰지만, 오후 들어 핵심 지지층인 20·30대 네티즌이 인터넷을 통해 결집하면서 노무현 후보가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인터넷 여론 분석시스템인 ‘온라인 버즈(Buzz)’ 조사를 보면, 넷심(Net-心)과 실제 선거 결과의 상관관계가 과학적으로 입증된다. 오프라인에서 크게 뒤처지던 후보라도 인터넷에 긍정적인 댓글이 압도적으로 많으면, 실제 선거 지지율은 초박빙을 보인다. 네티즌 투표 독려 글이 1개씩 늘어날 때마다 투표수도 0.635만큼 올라간다. 수십 년간 공들여 쌓은 정치적 노력도 ‘투표 완료!’라는 제목으로 아내와 함께 투표소 앞에서 활짝 웃는 ‘인증샷’ 한방에 ‘훅’ 갈 수 있다는 결론이다.
내년에 치러질 국회의원 선거와 대통령 선거 역시 마찬가지다. 확성기를 이용한 오프라인 유세만으로는 더 이상 안 된다는 얘기다. 단언컨대, 인터넷과 모바일에서 뒤처지면 실제 선거에서도 진다!
여기에 또 하나 결정적 변수가 ‘선호정치인추천지수(NPPS:Netizen Politician Promoter Score)’다. NPPS는 ‘특정 후보를 다른 유권자에게도 적극 추천하겠느냐?’는 의향을 지수화한 수치다. 점수가 높으면 높을수록 지지자의 충성도와 선호율 확산 가능성이 크다. 특히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을 자주 활용하는 IT인들은 평균 NPPS가 61.1로 비IT인(35.2)보다 월등히 높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인터넷 여론을 만들어 내는 이른바 ‘입 큰 개구리(Big Mouth)’인 셈이다.
그래서 내년 선거가 다가올수록, 미래 방향성을 잃어버린 IT업계에는 입 큰 개구리의 목소리가 높아질 공산이 크다. 주변에선 이미 ‘어쩌다 우리 IT산업이 이렇게 됐지?’라는 볼멘소리를 배경으로 ‘IT 홀대, 홀대, 홀대, 홀대…’라는 메아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내년 이맘때면, ‘스마트시장 실패, 실패, 실패…IT경쟁력 상실, 상실, 상실…컨트롤타워 부재, 부재, 부재…’로 울음소리는 더 구체화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IT 종사자뿐만 아니라 종사하지 않는 이들도 미래를 준비하는 IT과학기술정책에 관심이 많다. 젊은 유권자들이 스마트폰, 페이스북 등 IT서비스를 제대로 활용하는 정치인을 선호하는 것도 이미 검증된 사실이다. 누군가 한방에 ‘훅’ 날아 갈 가능성과 리스크(risk)가 그만큼 높아진 것이다.
미래는 결코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만 움직이지 않는다. 인생과 정치는 물론이고, 국가 미래에도 리스크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그래서 리스크 관리와 미래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상상조차 하기 싫은 일이 미래에 일어나지 않길 바란다면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결코, 특정 정치인과 정당의 선거 결과를 위해서가 아니다. 대한민국 미래가 걸린 문제다. 리스크 관리를 소홀히 하는 것은 미래를 포기했다는 의미다. 국가 미래를 놓고 더 이상 구차한 변명이나 말장난은 통하지 않는다. 정치는 결국 선택의 문제다. 국민 결정에 따라 누군가는 맡아서 한다. 그러나 지금부터 준비하지 않으면, 우리의 소중한 미래는 정말 한방에 ‘훅’ 간다.
주상돈 경제정책부 부국장 sdjo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