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정보자원의 부족을 대비하는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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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달 뒤면 인터넷 프로토콜(IP) 주소가 고갈된다고 한다. 스마트폰 보급 확산 등 IPv4 수요가 급증하면서 고갈 시점이 당초 예상보다 1년 이상 앞당겨졌다. 우리나라는 여느 국가보다 많은 IPv4 주소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주소자원이 고갈돼 하반기 서비스를 준비 중인 제4 이동통신 예비사업자들에게 할당할 주소가 더 이상 없는 실정이다.

 인터넷의 대부인 빈트 서프 역시 지난해 6월 주소 고갈을 경고했다. 지난해 5월 미국 벨연구소는 향후 10년 안에 사물통신 활성화와 클라우드 컴퓨팅, 홈네트워크 서비스 등을 통해 1000억대 이상의 기기가 인터넷으로 연결될 것을 예상했다. 국내 통신업계도 2015년이 되면 네트워크 데이터 트래픽이 지금의 1000배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이 때문에 국제기구와 미국·일본 등 주요국, 구글·페이스북 등 글로벌 사업자들은 차세대 인터넷주소인 IPv6 도입을 본격화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지난해 IPv4와 IPv6를 듀얼스택으로 배치하고 라우터에서 이를 지원하도록 구성해 호스트의 변경 없이 IPv6를 구현했다.

 미국은 예산관리국 주도로 2008년까지 공공기관의 IPv6 도입을 추진했으며, 특히 국방부의 DITO(DoD IPv6 Transition Office)는 해군을 중심으로 네트워크 중심전(NCW)에 IPv6를 적용하고 있다. 지난해 10월에 비벡 쿤드라 백악관 최고정보책임자(CIO)는 모든 미국 정부기관에 2012년 9월까지 웹사이트, 이메일, DNS 등을 차세대 인터넷주소체계로 업그레이드할 것을 지시했다. 유럽네트워크정보보안청(ENISA)은 이미 IPv6로 전환했고, 일본도 e재팬의 일환으로 IPv6를 적극 도입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1990년 말부터 IPv6의 대안을 마련해 왔다. IT839에도 반영됐고, 각종 시범사업과 실증실험을 꾀하기도 했다.

 하지만 10여년이 지난 지금도 국내에서는 도입 사례가 미미한 실정이다. 기업은 IP 제공을 인터넷서비스공급자(ISP)의 몫이라며 관심도 두지 않고, ISP들은 사용자 요구가 적고 이윤 창출이 쉽지 않아 IPv6 도입을 미룬다. 수익이 보장되지 않는데 굳이 망 전환 비용을 부담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새 주소체계로 서비스를 개시하려고 해도 단말기 수급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L전자는 2012년에야 IPv6 적용 단말기를 출시할 계획이며, S전자는 국내 통신사들의 협의 요청이 있을 때만 단말기 출시를 검토하겠다는 계획이다. 설상가상으로 IPv6 적용 단말기는 통신 베이스밴드 칩 기반이어야 하고, 겸용으로 인한 원가 상승이 불가피해 이 또한 쉽지 않아 보인다.

 다행히 정부, 한국인터넷진흥원이 지난해부터 새로운 인터넷주소체계에 잘 대비해 왔고, 최근 정부와 통신사업자가 합심해 본격적인 대응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13년까지 백본망 100%, 가입자망 45%까지 IPv6 전환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포털과 인터넷쇼핑몰 등 주요 100대 웹사이트의 IPv6 적용을 적극 유도하고, 새로 구축하는 롱텀에벌루션(LTE)망에는 초기부터 IPv6를 적용하기로 했다.

 이제 두어 달 뒤면 IPv4 주소 할당이 종료된다. 당장 부족한 v4 주소자원은 불용 주소자원 회수, 유동 IP 활용 등으로 시간을 벌고, IPv6가 적용 가능한 망부터 하나씩 체계적으로 할당해 2~3년 안에 이른바 MO(Milestone Object) 3단계를 완성해야 할 것이다. 비영리 국제단체인 인터넷소사이어티는 오는 6월 8일을 ‘IPv6 글로벌테스트의 날’로 정했다. 도입에 따른 잠재적 문제를 조기 발견하기 위해서다. 발등에 떨어진 현안이지만 슬기롭게 극복되길 기대해 본다.

 신상철 RFID/USN센터장 ssc@ruc.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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