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사업 `가시밭길`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이하 과학벨트) 조성 사업을 둘러싸고 사업 부처인 교육과학기술부와 지식경제부가 잇따라 각기 별도의 용역을 발주해 사업 초기 단계부터 부처간 알력이 심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또 과학벨트의 핵심 시설인 가속기 도입을 정부가 장기적인 차원에서 검토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실상 이 사업이 정부출연연구기관과 유사한 거대 연구원을 설립하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6일 교육과학기술계에 따르면 교과부와 지경부가 최근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조성사업 용역 기관으로 테크노베이션파트너스와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을 각각 선정하고, 사업 계획 수립에 착수했다. 이들 두 부처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조성 계획중 과학·콘텐츠 분야와 비즈니스 관련 분야의 사업을 각기 나눠 용역을 맡긴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최근 이러한 상황을 두고 과학기술계에서는 벌써부터 전체적인 사업 방향을 고려하지 않은 채 부처간 힘겨루기 싸움으로 변질되고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용역 기관이 다른 만큼 용역 결과물 역시 한 쪽으로 치우칠 수 밖에 없으며, 이는 결국 사업의 전체적인 흐름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정부가 이들 용역 결과를 토대로 12월초 종합계획을 발표할 예정이어서 시간상 부처간 의견 조율도 촉박하게 이뤄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과학기술계는 이에 따라 지금이라도 두 부처가 공동으로 용역 과제를 발주해 사업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거시적으로 사업을 이끌고 갈 수 있는 강력한 컨트롤타워가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또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교과부·지경부·국토해양부 등 3개 부처가 최근 가속기 도입을 장기적으로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는 내용의 계획안을 청와대에 올렸다며 사실상 이 계획이 백지화됐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이로 인해 대형 기초과학 거점인 ‘아시아기초과학연구원(ABSI)’설립이 사업의 핵심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정부는 ABSI에 총 2000∼3000여 명의 해외 석학 연구원을 초빙해 세계적 수준의 연구체제를 갖추도록 한다는 계획이지만, 정부출연연이 밀집한 대덕특구는 현 정부출연연과 다를 것이 없다며 2∼3조원의 거대 예산까지 들여가며 또 다른 거대 연구원을 설립하는데 대해 경계하는 분위기다.

이에 대해 김정민 교과부 정책조정기획관은 “가속기를 도입해야 할 지 아니면 배제해야 할 지 추진 여부는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며 “일단 11월초까지 용역결과를 토대로 시안을 만들고 부처간 협의를 거쳐 12월 초에는 종합 추진 계획안을 도출해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전=신선미기자 smsh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