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개발이 원래 그렇습니다. 참 지난해요. 그래도 인내심을 갖고 차분히 대응해야 합니다.”
지난 2004년말부터 꼬박 2년여를 이라크에서 대한민국 대사로 지낸 장기호(64) GECX 회장은 자원 확보를 위한 고생길을 마다해선 안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지난 4월 정년을 며칠 앞두고 외교부에 사직원을 제출한 장 회장은 최근 이민주 전 씨앤엠 회장 등의 재정 지원을 받아 GECX라는 자원개발 전문업체를 창업했다.
지난 2월 정부가 발표한 ‘이라크 쿠르드 유전·사회간접자본(SOC) 개발사업’이 최근 난항을 겪는다는 지적에 대해 장 회장은 “결국 파이낸싱을 일으키는 게 관건”이라며 “시간이 걸리고 돈이 많이 투입되더라도 국가와 민족을 위해 쿠르드 유전개발은 꼭 성사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바르자니 쿠르드 자치정부 대통령은 ‘가정집 뒤뜰을 파도 기름이 펑펑 나올 정도로 쿠르드 지역에는 미개발 유전이 많다’며 한국의 참여를 적극 권유합니다. 이라크 남부지역은 이미 BP 등 서방국가의 메이저 업체들이 이미 진을 쳤어요. 결국 우리는 북부, 즉 쿠르드 자치지역에 집중하는 것이 맞습니다.”
일부 언론에 알려진 것과 달리 이라크 중앙정부와 쿠르드 자치정부의 관계도 그렇게 나쁘지 않다고 장 회장은 말했다. “중앙정부의 석유부 장관 등 요직을 쿠르드족이 맡고 있습니다. 자치정부의 유전개발 이익은 절반 이상이 중앙으로 환속됩니다. 이라크 중앙정부가 쿠르드 유전개발을 마다할 이유가 없어요.”
이라크 의회에 계류중인 ‘석유법’에 대해서도 이라크 전문가다운 해박한 분석을 내놓았다. “이 법이 제정되면 한국과 같은 후발 유전개발 업체도 서방 메이저 업체와 나란히 입찰에 참여할 수 있게 됩니다. 미국이 이 법의 이라크 의회 통과를 막고 있는 이유입니다. 그래도 결국 법 통과가 유력한 이상, 석유법 미제정을 이유로 금융기관들이 재정 지원을 꺼리는 것은 잘못입니다.”
우리 자이툰 부대가 쿠르드 자치지역인 아르빌에 주둔중이다. 쿠르드족 역시 한국전 당시 터키군에 소속돼 파병됐다. 우리나라에 대한 감정이 매우 좋다. 이같은 호기를 절대 놓쳐서는 않된다는 게 장 회장의 설명이다.
“문제는 파이낸싱입니다. 지금과 같은 재정 규모로는 메이저 업체와의 경쟁에서 승산이 없어요. 금융권도 유전개발을 무슨 도박산업 보듯 하지 말고, 덩치를 키울 수 있게 도와줘야합니다.”
보성고와 서울대 외교학과를 나온 장 회장은 1971년에 외무고시(5회)에 합격한 후 주아일랜드·캐나다 대사와 외교통상부 대변인·기획관리실장 등을 두루 역임했다. 1990년대 중반 외무부 대변인 시절에는 출입기자들 사이에서 ‘장 기자’란 별명을 들을 만큼 탁월한 친화력을 보였다. 최근 이라크에서의 800일을 정리한 ‘오일전쟁’이라는 책도 냈다.
류경동기자 nina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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