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독도와 SW의 공통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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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정부의 초기가 무척 뜨겁다. ‘강부자’ ‘고소영’으로 시작된 최측근 인사가 발화점이 되더니, 광우병으로 최정점에 달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일본의 독도영유권 주장이 기름을 부었다. 때를 노려 기습한 일본의 침공(?)이 얄밉기도 하지만 때마다 불거지는 일본의 야욕을 단 한 번이라도 속 시원하게 해결한 적이 없음이 더 안타깝다. 이젠 일본의 독도영유권 주장에 잠시 분개하고 잊어버리는 ‘습관성 분노’가 돼버린 것이 아닌지 걱정스럽다.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한심한 외교력에 푸념하고 힘없는 국가의 한계를 안주삼아 곱씹는 일도 이제 마침표를 찍어야 할 때인 것 같다.

 독도 문제는 수십년 되풀이된 숙제다. 한때는 국민의 분노를 등에 업고 대중가요로까지 만들어질 정도였지만 상황은 언제나 제자리다. 어느 정권도 뒷말 없는 해결을 이루어내지 못했다. 당연히 차기 정권이 해결해야 할 ‘미제(未濟)’로 남겨뒀다. 굳이 앞장서 풀기보다는 미봉책으로 막아 두었다가 정권 인수인계 때 슬쩍 넘겨줘 버린다. 한때는 역사왜곡을 놓고 장관마저도 “외교적으로 민감한 문제니 정치권이 나설 문제가 아니라 학계가 나서 풀어야 할 문제”라고 했을 정도다. 아예 손대기가 싫다는 것으로 해석해도 틀린 것이 아닐 것이다. 이때마다 속에서 열불 나는 것은 국민이요, 가장 현실적으로 나서는 것도 정부가 아닌 민간 차원이었다.

 독도 문제뿐만 아니라 ‘미제’는 또 있다. 독도가 정치권, 외교의 ‘미제’라면 산업에서의 영원한 ‘미제’는 소프트웨어 산업 육성이다. 김대중 정부 시절부터 IT산업 육성을 위해 소프트웨어산업을 시시때때로 강조했지만 현실은 오히려 거꾸로 간다. 소프트웨어 산업은 IMF를 이겨낼 특효약으로 처방됐지만 오히려 부작용이 컸다. 정치권과 연루된 각종 ‘게이트’가 남발하고 결국 정치자금의 온상으로 전락했다. 산업의 속성도 모르고 여야 할 것 없이 초당적으로 퍼주다 보니, 정작 시장은 없고 돈만 넘치는 도박판이 된 꼴이다. 처방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약 모르고 오용한 탓이다.

 결국 정부나 투자자 모두 소프트웨어 산업에 내린 판정은 ‘가능성 없음’이다. 포인트를 찾지 못하고 아무데나 낚싯대를 드리운 후 ‘고기 없다’고 투덜대는 것과 같다. 정부부터 ‘최저입찰제’로 숨통을 죄어 놓고 뒤돌아서 산업육성을 외치는 ‘이율배반’을 일삼고 있다. 간, 쓸개 다 빼주고 게다가 빰까지 얻어 맞는 IT서비스업체와 갑을관계에 대해 단 한 번도 실효성 있는 정책이 나온 적이 없다. 정치권은 정치권대로, 정부는 정부대로 분탕질만 실컷 한 채 내린 결정이 ‘가능성 없음’이다.

 세계의 패권은 ‘소프트 파워’로 전이한다. 미 정부와 맞장 뜨는 유일한 업체가 MS다. MS가 아무리 싫어도 MS의 제품을 쓸 수밖에 없는 것이 소프트웨어의 힘이다. 그래서 소프트웨어 산업은 선진국으로 가는 길에 꼭 함께 가야 할 필수산업이다. 그저 균형 차원에서 마지못해 일부 예산만 떼어주는 ‘눈치보기’ 산업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용효과와 부가가치가 엄청난 금광을 지금껏 정치선동으로만 이용해 왔다.

 김대중정부도 하다 말았고, 노무현정부도 말뿐이었다. 그리고 다시 이명박정부에 넘겨졌다. 독도와 소프트웨어가 안고 있는 서글픔이다.

이경우 국제부장 kw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