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LG디스플레이가 슬로바키아·폴란드 등 동유럽에 이전한 LCD 모듈 생산 기지들이 최근 인력수급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동유럽 지역 인건비가 공장 건설 시점보다 대폭 인상되는가 하면 노동 환경도 급변한 탓이다. 이들 모듈공장은 물류비 절감과 값싼 노동력 확보,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한 글로벌 거점으로 구축됐지만 당초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났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LG디스플레이가 각각 슬로바키아·폴란드에 건설한 LCD 모듈공장과 협력사들은 최근 인력 수급이 원활하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슬로바키아 트리나바시에 구축한 LCD 모듈공장은 신규 인력 부족과 높아진 인건비 등 이중고에 시달린다. 트리나바시는 현지 TV 공장은 물론이고 헝가리의 TV 생산기지와 가깝고, 엔트워프 항구가 인근에 있어 원자재 조달에도 용이한 물류 요충지로 꼽혔다.
그런데 지난해 착공 당시보다 인건비가 1년 새 평균 20%가량 상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지역 인근에 기아자동차·푸조 등 세계적 완성차 업체 공장들이 들어서는 바람에 일자리가 워낙 많아졌기 때문이다. 트리나바시 인근의 실질 실업률은 ‘0%’에 이를 정도다. 현지에 진출한 LCD 모듈 공장 협력사 관계자는 “공장용지 선정 당시 월 40만원에 불과하던 인건비가 준공 때 70만원까지 올랐고, 최근 80만원을 상회한다”며 “값싼 인건비가 주는 이점이 점점 사라졌다”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가 2007년 양산 가동한 폴란드 브로츠와프 모듈 공장은 삼성전자보다 먼저 양산을 시작하고도 현지에 동반 진출할 광학필름 후공정(절삭) 전문업체를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당초 국내 후공정 협력사인 세진티에스가 함께 입주하기로 했으나 현지 인력을 구하기 어렵자 결국 포기했다. 절삭공정은 자른 필름을 일일이 육안으로 검사하는 공정에 전체 노동력의 3분의 2가 투입될 만큼 인건비 비중이 높은 일이다. 최근 빠른 경제성장을 기록 중인 폴란드에서도 단순 반복 노동에 대한 현지인들의 선호도가 떨어졌다.
현지에 진출한 백라이트유닛(BLU) 협력사가 절삭 공정을 대신하거나, 국내에서 후공정을 끝낸 제품을 직접 공수하기도 한다. 국내에 있을 때보다 오히려 물류비용이 높고, 제품 대응 시간도 길어질 수 있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현지 협력사들은 인건비나 인력 수급 문제가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다만 공장 운영에 심각한 차질을 줄 만큼 큰 영향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김진학 경희대 무역학부 교수는 “지난 4∼5년 새 다수 기업이 동유럽 지역에 생산기지를 건설하면서 인력 수요가 많아졌다”며 “자연히 인력 확보가 어려워지고 임금 상승률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안석현기자 ahngij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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