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서해에 미사일을 발사했다. 게다가 “핵문제 진전이 없으면 개성공단의 확장은 어렵다”는 김하중 통일부 장관의 말에 기다렸다는 듯이 개성공단에 상주하고 있던 정부직원들을 내쫓았다. 김 장관 발언은 핵문제 진전이 없으면 북한에 취해진 경제제재 완화를 기대할 수 없는데, 개성공단 확장은 경제제재에서 자유로워야 제대로 된 경협사업이 진행될 수 있음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지극히 상식적이고 당연한 말이다. 그리고 북한에 정부 책임자로서 할 말을 한 것이다. 그런데 북한의 반응은 개성공단 경협협의사무소 직원 철수 요구로 나왔다. 경협협의사무소는 남북한 당국이 당국 간 경협협의는 물론이고 민간기업의 편의를 도모하기 위해 남북이 공동으로 운영해 오고 있는 기관이다. 사무소가 개소되기 이전에는 남측 기업이 북측과 사업협의를 위해 연락하기도 힘들고, 만나려면 중국 등 제3국에서 만날 수밖에 없는 실정이었다. 이러한 기회비용을 줄이고 경협을 활성화하기 위해 남북 간 합의에 의해 설치한 것이다. 지난번에는 북측 사무소 직원들이 철수한 적이 있다. 경협사무소를 운영하는 것이 마치 북한이 남한에 특별히 혜택을 주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 통일부 장관 발언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했으면 조평통 명의로 무엇이 문제인지 발표하고, 남북한 당국자가 만나서 이 문제를 협의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그런데 일방적으로 철수를 요구하고 그것도 공식문서가 아닌 구두통보 형식이었다니 우리를 얼마나 쉽게 생각하고 있는지 그대로 보여준 것이다. 그리고 우리 사회를 흔들기 위한 전술을 구사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우리 사회의 반응은 북한이 기대했던 방향으로 가는 듯해서 안타깝다. 북한의 비상식적 행동을 지적하기보다는 마치 신정부가 대북강경책을 쓰고 있기 때문에 북한이 이런 반응을 보였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원래 북한은 그러니까 성질을 건드리지 말고 남북관계를 잘 유지해 나가기를 기대하는 듯하다. 언론기관은 개성공단에 진출한 기업들의 불안해 하는 모습을 강조했다. 역시 예상했던 대로 남북관계의 냉각이 시작됐다는 것에 더 주목하고 있는 듯하다. 선거를 앞둔 정치권은 문제의 본질을 보기보다 당장의 정치적 이득을 얻기 위해 공방하는 모습을 보인다. 아마 북한이 의도했던 모습일 것이라는 생각에 씁쓸하다.
이 시점에서 개성공단 3통 문제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 개성공단을 추진하면서 뒤늦게 3통문제가 부각됐다. 만일 북한이 아닌 다른 지역에 공단을 만들었는데 적어도 3통이 안 된다고 한다면 정부는 공단을 만들고 우리 기업의 진출을 허용했을까. 아마도 이 문제를 먼저 해결한 이후에 사업을 추진했을 것이다. 개성공단에 진출한 기업들은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다. 조만간 해결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아직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원칙이 흔들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할 말을 한 것에 대해 북한이 강경대응을 하니까 3통문제의 해결이 멀어졌다고 우려하는 것은 무엇인가 어색하다.
이번에도 정부는 원칙이 흔들려서는 안 될 것이다. 경협을 제대로 하기 위해 할말을 했다. 그런데 북한이 강경하게 반응하고 우리 사회는 불안해한다. 그렇다고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 진정으로 개성공단을 남북한이 상생하는 공단으로 확대 발전시키기 위해서라도 의연하게 대처하겠다는 통일부의 원칙에 흔들림이 없기를 기대한다. 북한은 아마도 대응의 강도를 점점 높여갈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갑과 을이 뒤바뀐 경협의 위치를 바로 잡겠다는 원칙을 지켜야 하며, 우리 사회도 정부의 이러한 방침을 적극 지지하면서 남북관계의 진정한 발전을 가져오는 데에 힘을 실어줘야 할 것이다.
seridys@ser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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