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국내 수신제한장치(CAS) 업체들 간에 과도한 출혈경쟁이 벌어지면서 CAS 공급 가격이 무너지는 것은 물론 관련 기술이 유출될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CAS 업체 가운데 중국 현지에서 3000만원 내외로 형성돼 있는 기술지원(NRE)을 무상으로 제공하거나, 개당 6000원 선인 스마트카드를 원가에도 못미치는 가격에 공급하는 업체가 등장하는 등 국내 기업들간에 상도를 무시한 저가 출혈경쟁이 난무하고 있다.
이에 업체 관계자들은 “이제 막 해외에서 기술력을 인정받기 시작한 국내 업체들이 공멸할 것으로 우려된다”며 “이같은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업체들의 자제와 함께 공정경쟁을 유도할 수 있는 조치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레퍼런스 확보에 급급한 후발업체=장비 업체들간의 출혈경쟁은 국내에서도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기업들이 장비 공급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레퍼런스를 요구한다. 기존 실적이 없는 후발업체 입장에서는 아무리 기술력이 좋아도 공급권을 따낼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이에 후발업체들 가운데 처음에는 손해를 보더라도 레퍼런스를 확보하기 위해 저가에 공급계약을 체결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같은 상황이 누적되다 보니 불과 3∼4년 전만 해도 중국에서 5000만원을 호가하던 NRE 가격이 1년 새 3000만원대까지 떨어지더니 최근에는 무상으로 지원하는 업체가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CAS업체 임원은 “최근 중국을 다녀왔는데, 중국 유료방송 사업자들이 이같은 상황을 이용해 일부러 한국 업체들끼리 가격 경쟁을 붙이고 있다”며 안타까워 했다.
◇CAS 기술 유출 가능성도 높아=특히 최근 들어 중국 방송사업자들이 현지업체와의 시뮬크립트를 요구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후발업체들 가운데 이를 받아들이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어 기술유출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시뮬크립트란 2개 이상의 업체에 공급권을 주면서 업체들간에 기술을 일정부분 공유토록 하는 방식으로 기술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중국업체로 기술이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한 관계자는 “한국에 들어와 있는 글로벌 CAS업체도 시뮬크립트를 하면서 국내 기업에 관련 기술을 노출시킨 적이 있다”며 “중국업체들이 똑같은 상황을 노리고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난 2006년 중국의 지상파DMB 장비 공급자 선정 과정에서 국내 업체들끼리 과당경쟁을 벌인 결과, 1억원짜리 장비를 3000만원에 공급한 사례가 있었다”며 이같은 경우가 CAS에서도 발생하지 않도록 경계할 것을 주문했다.
김순기기자·안석현기자@전자신문, soonk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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