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의료기기 벤처기업가 변신 김진하 前지멘스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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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년만의 귀환. 글로벌기업 지멘스를 지난해 그만둔 우리나라 초음파 영상진단기 산업의 효시 김진하 박사(54)가 모국 땅에서 의료기기업체 바이메드시스템을 최근 설립, 벤처기업 사업가로 새롭게 출발한다. 지난 86년 지멘스 메디칼시스템 초음파그룹에 입사해 연구소장·본사 직속 부사장까지 지내는 등 승승장구하던 그가 20년의 지멘스 생활을 접고, 고국에서 새로운 인생을 펼치기 시작한 것이다.

 “한국 의료기기 산업은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정부 조차 의료기기 산업을 포기해야 할지 아니면 육성해야 할지 심각한 고민에 빠질 정도입니다. 4년 전에 비해 의료기기 수출은 40% 증가한 반면 수입은 100% 늘어났습니다. 세계 의료기기 산업은 고속 성장하고 있는 데 유독 한국만이 극심한 저성장 증후군에 걸려있어 안타깝습니다.”

 그는 “지멘스·필립스·제너럴일렉트릭(GE) 등 선진 대기업은 인수합병(M&A)을 통해 몸집을 키우고 중국 후발업체들은 고속 성장을 멈추지 않고 있다”며 “이러한 상태가 5년 간 더 지속된다면 한국 의료기기 산업은 식물인간 상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 박사는 지난 2002년 메디슨이 흑자 부도를 낸 이후 우리나라 의료기기 산업은 구심점 없이 4년 간 허송세월했다고 지적했다. “한국 의료기기 산업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싶어 고민 끝에 지멘스를 떠났습니다. 바이메드시스템을 종합 의료기기업체로 만들고 싶습니다.”

 그는 선진기업의 공룡화와 중국기업의 고속 성장세에 대응하기 위해선 중소 의료기기업체 간 M&A가 최선책이란 해법을 내놓았다. “현재 대기업 2곳과 투자 유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바이메드시스템이 구심점이 돼 자금력을 토대로 우수 중소기업들을 합병, 규모의 경제를 통해 한국 의료기기 산업의 부흥을 도모할 계획입니다.”

 김 박사는 글로벌기업과 속된 말로 ‘맞장을 뜨지 않겠다’고 말했다. “지난 20년 간 지멘스에 근무하면서 글로벌기업의 장단점을 훤히 꿰뚫었습니다. 일례로 바이오칩 등 글로벌기업이 집중하는 분야에 한국기업이 진출하면 단언컨대 백전백패입니다. 글로벌기업이 미처 신경쓰지 못하는 고부가가치의 의료기기 분야에 선별적으로 진출, 바이메드시스템을 종합 의료기기업체로 만들고 싶습니다.”

 “기술보다는 혁신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연구 개발은 무에서 지식(기술)을 창출합니다. 하지만 혁신은 지식을 기반으로 고객 가치를 창출합니다. 글로벌기업은 기술보다는 혁신에 무게를 더 두고 있습니다.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가’를 분석 돈을 벌고 있는 것입니다. 저도 혁신을 통한 고객 가치 창출에 중점을 둘 계획입니다.”

 그는 “20년 전 미국인에게 세컨드 카에 불과한 도요타 자동차가 세계 시장을 석권한 비결은 기술이 아닌 품질과 신뢰도를 바탕으로 한 고객 가치 극대화였다”며 “한국의 우수한 R&D 능력을 토대로 의료기기 분야에서 도요타 신화를 재건한다”고 덧붙였다.

 안수민기자@전자신문, s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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