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그레이드]ATi 레이디언 X1800XT

R520은 가장 최근 선보인 ATi 그래픽 가속칩 라인 가운데 최상위 모델이다. 이 그래픽 가속칩은 90nm 공정으로 제조되었으며 3억2100만 개의 트랜지스터를 집적할 정도니 CPU 수준에 필적할 정도라고 볼 수 있겠다. 이 그래픽 가속칩은 다이렉트X 9.0C를 지원하며 16개의 픽셀 파이프라인과 8개의 버텍스 파이프라인을 갖추고 550~600MHz로 동작한다.

그래픽 가속칩의 높은 동작 클럭에 맞춰, 메모리 역시 높은 성능을 갖는 것을 쓴다. R520과 쌍을 이루는 메모리는 625~700MHz로 동작하는 256비트, 8채널의 GDDR3로, DDR 인터페이스에 의해 실 동작 효과는 1GHz를 넘어선다. RADEON이 등장하면서 문제로 제기됐던 느린 메모리로 인한 성능 저하 문제를 개선하는 방안의 연장선에 있다고 보면 될 것이다.

물론 레이디언(RADEON) 시리즈 이전의 ATi 그래픽카드들이 그랬던 것처럼, R520 역시 3D 가속 성능에만 주안점을 둔 것은 아니다. ATi가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강세를 보여온 것이 퀄리티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며, 이런 흐름은 R520의 성능 향상이 고속 처리 속도보다는 이전 모델과 비슷한 속도에서 보다 실감나는 효과 구현이라는 특징을 끌어내고 있다.

# 크로스파이어 지원

RADEON X1800XT는 ATi의 ASMP 기술인 크로스파이어를 지원한다. 크로스파이어는 그래픽 가속칩 하나가 갖고 있는 성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ATi의 다중 프로세싱 기술로, 엔비디아의 SLI와 비슷해 보이면서도 사실은 완전히 다른 방향성을 갖고 있다. 간단히 말해, 엔비디아의 SLI가 3D 속도 증가를 위한 대칭형 다중 프로세싱이라면, ATi의 크로스파이어는 3D 효과 상승을 위한 비대칭 다중 프로세싱이다.

SLI는 완전히 같은 두 개의 SLI 지원 그래픽카드가 동등한 위치에서 동작한다. 이것은 완전히 같은 두 개의 CPU를 통한 다중 프로세싱과 유사하며, 약 30% 가량의 3D 가속 성능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크로스파이어는 그렇지 않다.

크로스파이어는 마스터 역할을 하는 크로스파이어 에디션 그래픽카드와 서포트 개념의 크로스파이어 레디 그래픽카드를 통해 구현되며, 마스터의 처리 성능을 기반으로 두 번째 그래픽카드가 서포트 역할을 수행한다. 이 크로스파이어에서의 멀티 프로세싱은 레이지퓨리 맥스에서 선보인 AFR의 연장선에 있으며, 이로 인해 3D 가속 성능의 향상은 크게 기대할 것이 못 된다.

하지만, 앞서 기술한 바와 같이 R520에서 노린 성능 향상 방향은 속도가 아닌 품질이다. 크로스파이어를 통해 ATi의 그래픽카드는 최대 14X에 이르는 슈퍼 안티앨리어싱(이하 SAA)을 구현해낸다. 어찌 생각하면 14X까지 필요가 있을까 싶지만 그만큼 부드러운 경계면 처리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안티앨리어싱 작업에서도 동일한 프레임에서 각기 다른 영역을 처리하기 때문에 시스템 부하를 줄일 수 있어 보다 무식한 수준(?)의 14X SAA가 가능해진 셈이다. 물론 멀티 GPU가 쓰이더라도 한번에 해결할 수 있는 폴리곤의 개수에는 한계가 생기기 마련이다.

# 전 분야에 걸쳐 만족감 높아

ATi 레이디언 X1800XT의 성능을 가늠하기 위한 비교 대상은 엔비디아 GeForce 7800GT. 코어 클럭이 400MHz로 동작하는 모델로 엔비디아의 최상위 모델은 아니다. 이론상 레이디언 X1800XT의 필레이트는 10기가텍셀, GeForce 7800GT의 그것은 8기가텍셀 정도라는 계산이 나오며, 테스트 결과 나타나는 성능치는 이 값에 근접한다.

<표> 3D마크 2005 필레이트 ※ 높을수록 좋다

레이디언 X1800XT GeForce 7800GT

싱글 텍스처 5081.9 Mtexelss 4194.7 Mtexelss

멀티 텍스처 10086.4 Mtexelss 961.9 Mtexelss

<표> 3D마크 2005 버텍스 셰이더 ※ 높을수록 좋다

레이디언 X1800XT GeForce 7800GT

심플 87.3 MVerticess 58.2 MVerticess

컴플렉스 58.2 MVerticess 41.6 MVerticess



버텍스 셰이더 성능은 월등히 높아진다. 동작 클럭이 높은데다가, 픽셀 파이프라인과 달리, 버텍스 파이프라인마저 R520이 하나 더 많기 때문이다. 다만 그 성능 차이가 파이프라인 수와 동작 클럭에서 생각할 수 있는 차이만큼 크지는 않다. 어쨌든 이런 성능 차이에서 3D 성능의 차이를 예상할 수 있겠다.

실제 다이렉트3D를 기반으로 하는 3D 그래픽 처리 성능은 두 그래픽카드에서 큰 차이를 볼 수 없다. 하지만, 실제 게임에서 중요한 것은 최대 프레임수가 얼마나 나오는가가 아니라, 최저 프레임수와의 오차가 얼마나 큰가이다.

<표> 퀘이크4 프레임테스트 ※ 높을수록 좋다

RADEON X1800XT Geforce 7800GT

1024×768 196.0 fps 179.9 fps

1280×1024 167.0 fps 162.0 fps

1600×1200 127.1 fps 142.3 fps



오픈GL을 기반으로 한 퀘이크4에서의 테스트 결과는 다소 양상이 다르다. 해상도가 낮을 때는 동작 클럭이 높은 레이디언 X1800XT가 빠르지만, 해상도가 올라갈수록 그 차이가 좁혀지다가, 1600×1200에서는 GeForce 7800GT가 앞선다. 물론 성능이 떨어지더라도 100fps를 넘어서는 프레임레이트에서라면 어느 편이 낫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긴 하지만 말이다.

어쨌든 레이디언 X1800XT가 GeForce 7800GT에 비해 보다 나은 성능이라는 것을 확인하기는 했다. 다만, 이 비교에서 감안해야 할 것이 비교 대상이 된 GeForce 7800GT는 엔비디아의 최고성능 제품이 아니라는 것, 레이디언 X1800XT가 오버스펙인 것에 반해 GeForce 7800GT는 레퍼런스 그대로라는 것이다.

레이디언 X1800XT가 600MHz로 동작하는 레퍼런스였고, 비교 대상이 GeForce 7800GT가 아닌 GeForce 7800GTO였다면 상황이 달라졌거나, 그 격차가 비교하는 의미가 없을 정도로 대동소이했을지도 모르겠다.

또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실제 게임에서는 오히려 GeForce 7800GT가 좀 더 부드럽게 동작했다는 점이다. 이것은 드라이버 조작을 통해 3D Winbench에서의 결과값이 높게 나타나도록 했던 레이지프로의 전례를 상기시킨다. 벤치마크 프로그램이 갖는 맹점이라는 것이 그래픽카드의 드라이버 조작만으로도 얼마든지 성능 차이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객관적인 수치 자료를 들이밀 수 없는 부분이다 보니, 이런 의혹 제기는 이쯤에서 접어두도록 하자. ATi에서도 R520이 갖는 장점을 무의미하게 빠르기만 한 프레임레이트가 아닌, 무리 없는 수준의 프레임레이트에서 보다 나은 퀄리티로 집중하고 있으니 말이다.

레이디언 X1800XT의 색감은 한마디로 진하다고 말할 수 있겠다. 이런 진한 색감은 게임 등에서의 색감을 보다 사실적으로 느낄 수 있게끔 해준다. 상대적으로 GeForce 7800GT의 색감은 다소 밝은 편이다. 다만, 게임에서의 실효성을 따진다면 보다 사실적인 진한 색감보다는 오히려 밝은 색상이 유리하다.

3D 게임에서의 성능을 본다면 레이디언 X1800XT는 최신이라고 하기에 무언가 아쉬움이 남는 그래픽카드다. 강력한 코어 성능을 기반으로 한 빠른 3D 처리 능력을 봐서는 아쉬울 것이 없겠지만, 실제로 게임을 즐기면서 느끼는 속도 문제나, 암부 표현력의 부족에서 오는 불리함이 높은 성능에서 오는 만족감을 감소시킨다. 완성도가 떨어지는 드라이버나 엔비디아의 SLI와 비교한 크로스파이어에 대한 것은 일단 접어두더라도 말이다.

하지만, 그래픽카드라는 것이 게임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GeForce 계열이 사실상 3D 게임에서의 성능에만 치중하고 있다면, 레이디언 X1800XT는 그래픽카드 성능이 영향을 주는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고른 만족감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다.

사실적인 진한 색감은 게임에 아니라면 3D 혹은 2D 그래픽에서나 웹서핑 등에서 보다 쾌적한 환경을 제공한다. 여기에 하드웨어 가속을 통한 멀티미디어 처리 능력은 ATi가 늘 앞서오던 부분이다.

엔비디아의 GeForce 7800GTO와 비교해서 어느 것이 더 좋냐고 묻는다면 정확히 어느 것이 더 뛰어나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특히, 그 기준이 3D 게임이라면 자신 있게 레이디언 X1800XT가 좋다고는 말 못한다.

실제 게임 환경에서 느끼는 속도 차이는 앞서의 수치화된 것과는 다소 거리가 있고, 게이머에 따라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외의 것들, 이를테면 디지털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이 사진을 편집한다거나, DivX나 DVD 타이틀을 통한 동영상 재생이나, 프리미어 등을 이용한 동영상 인코딩에서는 레이디언 X1800XT가 좋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모니터 인터페이스가 DVI로 바뀌고, 프로세서 성능 향상으로 인해 하드웨어 인코딩과 소프트웨어 인코딩의 성능 격차가 줄어들었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그렇다고 말할 수 있다. 어쩌면 ATi가 R520에서 추구하려는 바는 단지 속도에만 치중한 nVIDIA와의 소모성 경쟁이 아니라, 전 분야에 걸친 퀄리티 향상을 통한 실용성 강화일지도 모른다.

<다나와 정보팀 김재희 wasabi@dana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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