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기업]김훈 KETI 나노광전소자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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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룩스 이하의 어두운 장소에서도 촬영이 가능한 나노 이미지센처 칩(SMPD)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김훈 전자부품연구원 나노광전자소자연구센터장이 SMPD의 성능을 설명하고 있다.

 칠흑같이 어두운 공간에서도 플래시 없이 사진이나 동영상을 선명하게 찍을 수 있는 기술이 최근 우리나라에서 세계 최초로 개발됐다. 일본 업체가 장악하고 있는 세계 이미지센서 칩 시장의 주도권을 우리 쪽으로 돌려 놓으면서 연간 1조원 이상의 수입대체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는 최첨단 기술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0.1럭스(Lux) 이하의 어두운 장소에서도 촬영이 가능한 ‘나노 이미지센서 칩(SMPD)’ 개발로 국내외 IT업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사람. 김훈 전자부품연구원(KETI) 나노광전소자연구센터장(40)이다.

 김 박사는 “4년 전 김춘호 전자부품연구원 원장이 총 100억원을 투자하는 프로젝트를 제안했을 때 흔쾌히 승낙했고 성공에 대한 확신은 개발 초기부터 항상 있었다”며 “상용기술 완성 이후 최근 삼성은 물론이고 히타치·노키아·올림푸스 등 해외에서도 문의가 많은 걸 보니 실제 일반인이 사용하는 기기에 칩이 탑재될 날도 그리 머지는 않은 것 같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김 박사가 개발한 칩은 디지털카메라와 CCTV 등에만 국한되는 기술이 아니다. 의료용·국방·환경산업·태양전지 등에도 응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 박사는 90년대 일본에서 석·박사 과정을 통해 ‘나노’라는 것을 초기에 접할 수 있었다. 그의 전공은 반도체 나노소자 개발 및 물성연구, 이미지 센서 및 응용소자 시스템이다. 일본 도쿄대학 내 생산기술연구소를 거쳐 2000년 국내로 돌아왔을 때 그는 이미 국내에서 인정받는 나노 전문공학자가 돼 있었다.

 김 박사는 “일본에서 공부했고 해외에서 영입제의도 있었지만 국내에서 무언가를 만들고 성과를 내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며 “지금까지 개발한 기술과 앞으로 하게 될 연구들도 모두 우리나라가 기술 강국으로 가는 데 보탬이 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최고의 나노 박사로 각광받고 있지만 그동안의 과정에서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김 박사는 “SMPD 개발 과정에서 ‘이런 것은 되지 않는다’는 식의 주의편견을 수차례 극복해야 했고, 프로젝트 도중 팀원 일부가 이탈하는 등의 문제도 있었다”며 “연구원, 개발자가 주변의 신뢰를 얻으면서 연구에 몰두할 수 있는 풍토가 안착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센터장 직함을 갖다 보니 연구개발 이외에 관리업무에 투자해야 할 시간이 늘고 있는 것도 아쉬운 점”이라고 덧붙였다.

 ‘직접 사업을 할 수도 있지 않았느냐’는 질문을 해봤다. 투자하겠다는 사람도 많았을 테고 부를 더 축적할 수도 있지 않았겠냐는 것.

 김 박사는 “일본에 있을 때는 나노소자 같은 연구를 해봐야 한국에 돌아가도 변변한 자리 하나 얻지 못할 것이라는 얘기를 듣기도 했고, 국내에 들어오면서도 몇 배 많은 연봉을 제시한 삼성을 뿌리치고 카이스트 초빙교수 자리를 택했다”며 “아직까지는 상용화 제품 개발보다는 원천 기술연구에 더 비중을 두고 싶고, 사업 수완을 익히기보다는 후배들에게 연구원으로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제시하는 본보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큰 성과물을 내놓으면 차기작에 관심이 모이게 마련이다. 김 박사는 이미 연구중인 아이템이 4가지 정도 있으며 보다 원천 기술 개발에 가까운 쪽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간을 인식하는 3D 입체 이미지 센서와 바이오 분야에서의 응용제품 등은 연구가 상당히 진척된 상태라고 덧붙였다.

 그는 연구시간 확보를 위해 잠을 줄였다는 말도 했다. 바쁜 일과로 연구시간이 부족해졌고 이를 보충하기 위해 집에 돌아와 최소 3시간 이상 해외 연구자료를 찾아보고 아이디어를 정리하는 시간을 갖는다고 했다. 그의 취침시간은 보통 새벽 2시다.

 그렇다고 그가 일에 취해 가정에 소홀한 것만은 아닌 것 같다. 김 박사는 집에서도 ‘나노 아빠’로 통한다.

 김 박사는 “매일 아침 딸과 아들의 숙제를 직접 점검해주고 간단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은 반드시 갖는다”며 “나노 이미지센서 칩의 유명세로 아이들이 과학자 아빠를 자랑스러워 하는 것 같아 매우 즐겁다”며 웃었다.



 김승규기자@전자신문, se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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