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열전]아이디스-고급화로 블루오션 개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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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디스(대표 김영달 http://www.idis.co.kr)는 매출의 90% 이상을 해외에서 얻고 있는 디지털영상저장장치(DVR) 전문 업체다. 우리나라 대부분 업체들이 치열한 경쟁 속에 고전하고 있지만 아이디스만은 꾸준한 성장과 높은 이익률을 기록하며 업계 독주 체제를 굳혀가고 있다.

 회사는 지난 2분기까지 5분기 연속 사상 최대 매출 행진을 계속했다. 회사는 올해 전체 매출을 710억원으로 예상, 지난 해보다 38%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고가 제품 매출 호조 속에 영업이익률 역시 24% 대까지 높아질 것으로 점쳤다. 지난 10일에는 국내 업계 최초로 DVR 단일 품목의 누적 매출 규모가 2000억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아이디스가 치열한 국내외 경쟁 끝에 최강자의 입지를 구축한 것은 무엇보다 뛰어난 기술력이 가장 큰 힘이 됐다. 아이디스 DVR 제품은 지난해 세계적 보안 장비 전문 잡지인 ‘에이앤에스미디어’에서 선정한 아시아권 최고 성능 제품으로 선정됐다. 이런 기술력은 KAIST 전산학 박사 출신의 김 사장이 97년 회사 설립부터 철저히 기술 위주의 사업 전략을 펼쳐왔기 때문에 가능했다.

 매년 매출액의 10% 이상을 연구개발비에 투자하고 있으며 연구원들도 KAIST와 삼성전자 등 유수의 기관에서 개발을 담당했던 고급 인재들로 전체 직원 200명 가운데 78명이 R&D에 힘을 쏟고 있다.

 철저히 연구개발(R&D) 중심의 회사를 지향하면서 마케팅은 우수 파트너사에 맡기는 방식을 통해 마케팅 업체들과 상호 승리(Win-Win)하는 전략을 구사해왔다.

 아이디스는 우수 파트너사에 제품을 공급한다는 말보다, 자사 제품을 능력있는 우수 파트너사에 맡겨 마케팅을 아웃소싱한다는 표현을 쓰고 있다. 그만큼 제품에 대한 자신감이 있고 사업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의미다.

 전 사양에 대한 제품 풀 라인업도 회사 강점이다. 초기 모델인 IDR 시리즈(PC 기반의 제품)를 비롯해 2002년에 개발한 ADR 시리즈(NON- PC기반의 제품), 최근 각광받고 있는 XDR 시리즈까지 약 30여 종의 DVR 제품군을 보유하고 있다. 폭 넓은 제품군은 다양한 수요층의 요구를 충족시키면서 타 업체와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게 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최근에는 단품 DVR 장비 이외에 관련 솔루션과 시스템 구축 사업에도 박차를 가하면서 단품 제조 업체와의 차별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김영달 사장은 “지난 96년 연수연구원 자격으로 실리콘밸리에 다녀오면서 엔지니어가 벤처 기업이라는 것을 통해 사회에 한 역할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97년 친구들과 창업을 했다”며 “98년 처음 출시한 DVR는 기존 제품에 비해 초당 영상 정보 처리 속도가 4배나 빠른 제품으로, 시장에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아이디스가 성장할 수 있는 첫 단추가 됐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이후 아이디스는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주경기장에 메인 영상 보안 장비 제공 업체로 선정되면서 호주 시장의 45%를 점유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이를 계기로 여러 대형 거래선과 미국 등으로 수출을 확대할 수 있었고 가격 경쟁보다는 기술 우위를 통해 회사의 위상을 키워나갈 수 있었다.

 아이디스는 명실상부한 DVR 월드베스트를 꿈꾸고 있다. 2007년에는 매출 1000억원과 수출 1억달러 돌파를 목표로 하고 있다. 김 사장은 “그동안 아이디스를 세계 3대 DVR 메이커라고 표현해왔지만 최근 추세로는 미국 칼라텔과 비슷한 세계 2위권에 도달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회사의 고성장 추세를 감안할 때 2007년 경에는 영국의 데디케이티드마이크로를 잡고 업계 세계 최고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DVR 업계는 현재 200여 개에 달하는 중소 업체의 난립에다 중국·대만 저가 제품의 추격 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이디스에 이어 2위군을 형성하던 국내 중견 업체 다수는 매출 정체와 수익성 저하 속에 위상이 현저히 약화됐다.

 김 사장은 “항상 최고 제품을 통해 최고급 시장을 겨냥하는 전략으로 후발 업체들과의 경쟁을 피해왔다”며 “DVR 시장이 극심한 레드오션이라는 말이 있지만 아이디스는 기술력 하나로 블루오션을 직접 만들어 가면서 성장하고 있는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차별화 전략이 성공요인

 아이디스는 제품 개발과 마케팅에서 철저한 차별화 전략을 구사한다.

 아이디스는 97년 설립 이후 항상 최고급 시장을 겨냥한 제품 개발에 집중해 왔다. 한발 앞선 제품 개발과 출시 전략은 아이디스가 가격 경쟁이 치열한 ‘레드오션’에 빠지지 않게 하는 큰 역할을 했다.

 김영달 아이디스 사장은 “회사는 연구개발에 강점을 갖고 출발한 회사로 마케팅 채널 확보나 영업망의 확대보다는 최고급 시장을 선도하는 데 가장 큰 비중을 두어왔다”며 “사업 초기부터 경쟁이 치열한 내수보다 수출 위주의 영업 전략을 펴왔다”고 강조했다.

 아이디스는 연구개발에 집중하면서 판매망은 우량 파트너십을 갖는 방식을 택했다. 제품 개발부터 생산, 판매까지 모두 하는 다른 업체와는 차별화된 전략이다.

 아이디스는 현재 56개의 파트너를 확보하고 있다. 이 가운데 10개사가 매출의 70%정도를 차지하지만 어느 업체도 20%대의 큰 거래처로 삼지는 않았다. 김 사장은 마케팅이나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으로 대형 파트너사에 종속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아이디스는 최근 솔루션 사업, 영상 보안 장비 시스템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후발 업체들이 단품 DVR로 경쟁을 붙여와도 다양한 시스템 구축 경험과 대형 프로젝트 노하우를 통해 이들에 대한 진입 장벽을 칠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김 사장은 “초기부터 중소 판매망보다는 대형 거래선을 찾았고, 지금 시장에서 주로 팔리는 제품이 아닌 차세대 제품을 지향하는 차별화 전략이 회사의 경쟁력이 되어왔다”고 강조했다.

◆이끄는 사람들

 아이디스는 학생 신분이던 김영달 사장이 주변 친구들과 의기투합해 만든 회사다.

 회사 연구소장 CTO를 맡고 있는 류병순 이사(36) 역시 김 사장의 대학 동창으로 창업 멤버 가운데 한명이다. R&D를 강조하는 회사에서 류 이사의 지위는 절대적이다. 아이디스가 최고 사양의 제품을 내놓고 시장 동향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데는 류 이사의 감각과 시장 분석력이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평가다.

 김 사장은 “류 이사는 학생 시절부터 일주일 정도 잠적한 이후에는 뭔가 항상 새로운 것을 들고 나타나는 친구였다”고 소개했다.

 같은 연구소에 있는 허준혁 개발팀장(36) 역시 회사 브레인 가운데 하나다. 학생 시절 IEEE에서 최우수 논문상을 받기도 했던 재원으로 빠른 감각과 세밀한 부분까지 놓치지않는 꼼꼼함이 강점이다. 김 사장의 KAIST 후배로 류 이사와 함께 회사 아이디어의 보고로 꼽힌다. 많은 능력으로 유력 대기업 등에서 영입 제의가 많았지만 선배들을 쫓아 아이디스에 몸을 담았고 회사의 핵심 인재로 자리매김했다.

 아이디스에서는 비교적 고령(?)인 오세남 이사(44)도 빼놓을 수 없다. 대전 공장장을 맡고 있는 오 이사는 광전자 출신으로 김 사장이 삼고초려 끝에 영입한 인물이다. 철저한 품질 관리가 강점으로 생산 직원들을 다독거려 제품을 직접 완성하는 위치에 있다. 비교적 젊고 연구개발에만 집중해온 임원진들 사이에서 오 이사의 많은 실무 경험은 회사의 큰 재산이 되고 있다는 게 주변 사람들의 말이다.

김승규기자@전자신문, se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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