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유내강. 유원식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 사장(47)을 표현하는 말 가운데 이보다 더 좋은 말은 없을 듯하다. 일단 그는 유하다. 인상도 온화하다. 그리고 늘 웃는 모습이다. 오죽하면 전 직장(한국HP)과 현 직장에서 직원들이 그에게 ‘스마일 상’을 줬을까. 말도 조용하지만 조리가 있다. 결코 톤을 높이지 않는다.
하지만 이게 그의 전부는 아니다. 강단이 있다. 목표를 정하면 끝장을 본다고 한다. 그의 이런 강인함은 어린 시절 신문을 돌려야 했던, 그래서 일찍부터 삶의 ‘신산함’을 느껴야 했던 것이 한몫 한다. 그러나 그는 강함을 결코 밖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강한 열정을 품고 있으면서도 겉으로 온화한 그를 보면 마치 회오리를 품은 바다 같다.
20여년을 다국적 컴퓨터 기업에서 보냈지만 81년 대학(광운대) 졸업 당시만 해도 그는 다국적 기업에 들어갈 생각이 없었다. 삼성전자 컴퓨터사업본부에서 첫 직장생활을 한 그는 하지만 운명적으로 글로벌 컴퓨터기업(HP)과 만나게 된다.
이과(응용전자공학)를 전공한 그가 영업통이 된 것도 운명적이다. 모질지 못한 성격 때문에 영업은 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러나 당시 삼성전자의 면접관이었던 한 임원이 나긋나긋한 유 사장의 말솜씨를 보고 “영업하면 잘하겠다”고 권유했고, 결국 그는 영업맨이 됐다. 당연히 영업은 쉽지 않았다. 고민하던 유 사장은 남과 차별화할 수 있는 ‘혼자만의 비법’에 골몰했고, 20년 전 당시로서는 흔치 않은 ‘와인 비즈니스’를 생각해 냈다.
영업상 필수적인 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 대신 ‘와인으로 고객을 공략하자’고 마음 먹었던 것이다. 와인 비즈니스는 성공적이었다. 유 사장이 전해주는 와인 정보에 고객들은 모두 즐거워 했다. 와인셀러(와인 저장고)에 현재 65병 정도를 보관하고 있는 그는 “좋은 와인과 나쁜 와인을 구별할 줄 아는 정도”라고 겸손해 하면서 “만일 가치(밸류)를 판매하는 IT업종이 아닌 가전이나 건설 분야에서 일했다면 실패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일주일 후인 오는 19일이면 유 사장이 한국썬의 사령탑을 맡은 지 꼭 3년째가 된다. 본사가 임기를 정한 것은 아니지만 유 사장은 내심 ‘임기 2기’로 받아들이며 마음을 새롭게 다지고 있다. 빠른 속도와 뛰어난 유연성이 한국썬의 장점이라고 생각하는 그는 7월 시작된 2006회기에는 순익 향상에 가장 역점을 둘 생각이다.
한국IBM, 한국HP 등 버거운 라이벌과의 경쟁이 격화되고 있지만 “하드웨어 벤더 중 유일하게 기술을 지향하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는다”면서 “한국썬의 블루오션은 자바”라고 주저없이 답했다.
지난 20여년의 IT 생활 중 직원을 해고해야 했던 구조조정이 가장 고통스러웠다고 털어 놓은 그는 “훌륭한, 화려한 최고경영자(CEO)보다는 ‘열린 CEO’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열린 CEO’가 되기 위한 그의 노력은 ‘300-30-1’이라는 숫자에서 잘 알 수 있다. 그는 300여명의 전체 직원과 분기마다 모임을 가지고 또 30명의 부서별 모임 때 참석하며, 직원 하나 하나에 전자메일을 보내 여러 가지를 ‘코치’한다. ‘코칭 리더십’의 전형인 것이다. 또 유 사장은 직원들 교육과 복지에도 크게 신경 쓰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썬은 전세계 지사 중 이직률이 가장 낮다.
유 사장이 강조하는 것이 한 가지 더 있다. 사회 공헌이다. 한국썬이 다른 기업에 비해 사회봉사 활동이 많은 이유다. 유 사장 자신도 장애인을 돕는 한 모임(밀알선교단)의 이사로 활동하는 등 사회공헌에 열심이다. 회사 성장과 직원 만족도 고취 그리고 사회공헌을 통해 궁극적으로 한국썬을 ‘가장 존경받는 기업’으로 만들고 싶은 것이 그의 소망이다.
장차 미국 본사의 경영진(Executive)으로 활동하고 싶은 욕심을 갖고 있는 유 사장은 ‘긍정의 힘’이라는 책을 읽고 있다면서 “책의 영향을 받아 매일 출근하면서 나는 행복하다고 외친다”며 활짝 웃었다.
방은주기자@전자신문, ej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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