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재권
고생한 만큼 빛이 안 났다. 정통부와 통신사업자가 역작(?)으로 내놓은 인터넷전화(VoIP) 상호접속 안을 두고 나온 업계 주변의 반응이다. 이번 안에 따르면 070 VoIP의 활성화는 다소 힘들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0년 최초의 VoIP서비스 다이얼패드와 같은 폭발적인 관심과 시장 성장은 어려울 것 같다는 의미다.
VoIP 요금은 가이드라인 없이 자율로 결정하게 됐다. 사업자들은 요금을 대략 45원 안팎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시내전화보다 비싼 요금으로 이용자들을 어떻게 유인할지 걱정이다. 시외·국제전화만을 위해 일부러 070을 사용할 것 같진 않다. 전국 단일요금체계인 전국대표전화(15xx-xxxx) 서비스도 부담을 준다고 해서 지난해 3분당 40∼50원에서 39원으로 조정한 바 있다.
요금은 정부의 가이드 라인보다는 경쟁에 의해 내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사업자 간 건강한 ‘경쟁’도 힘들 것 같다. 망(ISP) 이용대가가 1500원으로 결정됐기 때문이다.
망 이용대가가 적정한지 아무도 판단할 수 없다. ISP에 막대한 투자를 해야 하는 KT나 하나로텔레콤 입장에서 보면 쌀 것이고, 이를 이용하려는 사업자의 입장에선 비싸기 때문이다.
그러나 1500원은 중소·벤처 사업자에게는 커다란 진입장벽임에 틀림없다. 사업자 입장이 아닌 ‘신규 070서비스의 활성화’를 염두에 둔다면 비싸다. 저가 승부도 될까 말까한 마당에 가입자당 1500원을 ISP에 내야 한다. 적잖은 원가부담이 예상된다. 중소기간사업자와 별정사업자들은 통화료만으로 1500원을 얻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기간사업자와 상호접속을 하려면 장비투자도 해야 한다. 결국 통화요금을 내리는 데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정통부가 망 이용대가를 결정하면서 ISP에 지워야 할 의무인 품질보장(QoS)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는 것은 잘못이다. VoIP 품질 이상에 따른 고객의 불만은 ISP가 아니라 사업자들이 떠안는다. 기간사업자들이 품질차별 없이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의무를 지웠어야 했다.
2∼3개월간의 시점 차이만으로 기간사업자와 별정사업자 간 경쟁은 힘들 것으로 보인다. 070이 활성화되기만을 기다린 중소 사업자와 장비업체, 단말기 업체들의 시름만 깊어졌다. 손재권기자@전자신문, gja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