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적으로 지구가 둥글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역사적으로 지구가 둥글다는 이론을 최초로 제기한 사람은 아리스토텔레스로 기록되고 있다. 그는 월식이 발생할 때 보이는 둥근 면서 검은 부분이 태양빛 때문에 생긴 지구의 그림자라는 점, 육지에서 멀어져 가는 배가 수평선 너머로 사라지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을 지구 구형설의 근거로 제시했다.
그러나 이 둥근 지구는 인간의 힘, 기술의 힘에 의해 점차 축소되고 평평해지고 있다. 항해기술의 발달, 산업혁명 이후 폭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기술의 발전, 통신기술의 혁명적 진화와 인터넷의 등장 등은 지역 간, 국가 간 경계를 허물며 둥근 지구를, 세계를 좁고 평평하게 만들고 있는 힘이다.
뉴욕 타임스의 칼럼니스트이자 세계적인 국제 문제 전문가인 토머스 프리드먼은 이 과정을 3단계로 정의했다. ‘세계화 1.0’(1492∼1800년)은 세계를 ‘라지’ 사이즈에서 ‘미디엄’ 사이즈로 축소시켰다. 이 시대의 역동적인 힘은 자원 또는 제국 정복을 위해 세계화를 하는 국가들이었다. ‘세계화 2.0’(1800∼2000년)은 세계를 ‘미디엄’ 사이즈에서 ‘스몰’ 사이즈로 줄였다. 이 시기에는 시장과 노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세계화를 하는 기업들이 선두가 됐다. ‘세계화 3.0’(2000년 이후)은 인터넷의 등장 등으로 인한 획기적인 기술발전이 또 다시 세계를 ‘스몰’ 사이즈에서 더욱 작게 그리고 평평하게 만들고 있다. 세계화 1.0에서 역동적인 힘은 국가였으며 세계화 2.0에서의 역동적 힘은 기업이었으나 세계화 3.0에서의 역동적인 힘은 개인과 세계화를 추구하는 소규모 기업이다.
기술분야 내에서도 경계는 허물어지고 있다. 그 추동력은 바로 디지털 컨버전스다. 디지털 컨버전스는 지금 IT산업을 넘어 타 산업으로 확장되고 있다. 과거 IT산업 내 기술 간, 제품 간 융합에서 벗어나 IT산업과 타 산업 간의 전면적인 융합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컨버전스는 IT 산업 내에서 컴퓨터·통신·AV 등 전자기기 간의 융합을 중심으로 전개되어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IT의 활용 범위가 더욱 확대되고 타 산업 분야 기술과의 접목이 활발해지면서 새로운 융합 기술이 창출되고 있다. 이러한 융합 기술을 활용한 제품 및 서비스 개발의 급진전으로 IT와 타 산업 간의 융합 또한 빈번해지고 있으며, 융합 영역에서 새로운 시장이 창출되고 있다.
이 같은 트렌드는 글로벌화 진전으로 국경 간 무한경쟁이 심화돼 최고의 기술을 선점한 기업과 국가만이 생존(Winner Takes All)하는 현실을 더욱 앞당길 것이다. 이런 위기를 극복하고 IT산업의 글로벌 리더로 도약하기 위해서 경쟁국들이 가지 않은 길을 우리가 먼저 개척해야 한다. 블루오션(Blue Ocean)을 열어가야 하는 것이다.
“정보통신부가 ‘IT839’ 전략을 통해 신성장동력을 육성하고 세계 시장을 선점하려는 것이나 가치혁신을 통해 세계적 기업을 꿈꾸는 IT 중소·벤처기업을 집중 육성하려는 것도 ‘블루오션 전략’과 맥이 닿는다고 할 수 있다.”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이 김위찬 교수와 르네마보안 교수가 공동 저술한 ‘블루오션 전략’의 책머리에 기술한 추천사의 일부다. 진 장관이 말하는 ‘블루오션 전략’은 IT839 전략을 통해 우리나라 IT산업이 한발 앞서 세계시장을 주도해 나가는 것이다. 이런 블루오션 전략에 딱 맞아떨어지는 이상적인 IT 환경이 곧 ‘유비쿼터스’다. 유비쿼터스는 농업혁명, 산업혁명, 정보혁명에 이은 제4의 혁명으로 불린다.
우리나라의 정보통신 기술이 ‘세계화 4.0’을 열어가는 것이다. 지구는 우리의 기술과 힘에 의해 더욱 축소되고, 평평해질 것이다. PC사용자라면 DOS가 윈도3.0으로, 윈도95로, 윈도XP로 도약해왔던 역사를 기억할 것이다. ‘세계화 4.0’은 우리의 정보통신 기술로 ‘세계화95’, 결국에는 ‘한국화XP’로 발전해 나갈 것이다. 그 과정에서 IT839는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달성하기 위한 토양을 넘어, ‘한국화XP’를 실현시키는 ‘코르누코피아(풍요의 뿔)’가 될 것이다.
<김선배 한국정보통신수출진흥센터 원장 sbkim@ic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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