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칼럼]주 5일제의 단상

일주일에 엿새 일할 때 토요일을 ‘반공일’이라고 불렀다. 하루 중 반만 일하고 놀았기 때문이다. 토요일만 되면 햇살이 어깨 위에 걸쳐 있을 때 하루의 일과를 거둬들이고 여유롭게 퇴근해 오후의 자유를 즐길 수 있었다. 그래서 토요일은 누구에게나 가뿐했고 즐거웠다.

 이런 ‘반공일’ 토요일이 이제 일요일 같은 ‘온공일’로 바뀌게 됐다. 이 달부터 주5일 근무제가 지자체를 포함한 일반 공무원과 300명 이상 중견기업으로까지 확대 시행된 것이다. 공기업과 산하기관, 직원 1000명 이상 대기업과 금융기관이 작년에 주 5일 근무제를 시행한 데 이어 이번에 공무원 약 70만명과 직장인 70만여명 등 대략 140만명이 합류했다. 전체 근로자의 40% 정도가 토·일요일 연 이틀씩 쉬게 된 것이다. ‘반공일’이란 말 자체가 아예 사라질 것 같다.

 우리 달력을 보면 토요일은 주말이지만 일요일은 주초로 되어 있다. 구약성서에 엿새 동안 열심히 일하고 이레째 되는 날 쉬라고 한 것을 생각하면 아이러니다. 지금까지 일한 후 휴식을 취하는 게 아니라 일하기 위해 휴식을 취한 것이다. 이제 토요일까지 쉬게 됨으로써 ‘일하고 휴식을 취해 충전한 후 다시 일터로 가는’ 구조가 됐다.

 물론 주5일제 적용 근로자라고 모두 그럴 수는 없다. 일제히 토·일요일 이틀을 쉴 수는 없다. 1년 365일 동안 잠시도 쉬지 않고 돌아가는 산업시설이나 기관이 아주 많다. 밤낮을 바꿔 일하는 사람도 얼마든지 있다. 월요일에 쉬는 백화점도 있다. 근로자마다 일할 때와 쉴 때가 다르기 마련이다. 각자의 일할 때와 쉴 때의 다양성을 분명히 인식한다면, ‘주5일 근무제’보다는 ‘주40시간 근무제’가 합당한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어쨌거나 근로시간이 줄어든 만큼 여가 시간은 늘어나는 것이다. ‘여가’는 희랍어로 ‘스콜레(scole)’라고 한다. 스콜레가 바로 오늘날 학습을 의미하는 학교(school)나 학자(scholar)의 어원이라는 사실은 매우 흥미롭다. 쉰다는 말은 곧 교양을 쌓고 자기 수양을 하는 것과 같은 의미라고 할 수 있다.

 사람마다 다를 수 있지만 쉬는 이틀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재충전의 기회가 될 수도, 무의미한 시간 허비일 수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아직까지 우리는 제대로 잘 쉬는 방법에 대해 ‘학습’ 받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지난 주말 첫 주5일제 적용을 받아 쉬었지만 어디서 어떤 방법으로 쉬어야 할지 몰라 그저 일상적인 연휴 때처럼 길거리에서 시간만 낭비하다 사무실로 돌아오는 직장인이 많았던 것도 이런 이유라고 본다.

 한 경제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주5일제 시행 초기에는 사람들이 어떻게 잘 놀까 고민하다가 갈수록 새로운 생활방식에 익숙해지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다.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라는 말이다. 개인의 여가시간인 만큼 보람 있게 보내는 방안은 스스로 찾아야 한다. 그러나 어차피 주5일제가 따라야 할 대세라면 사회적으로 생산적 활력소가 되도록 지금부터라도 직장인들의 여가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주5일제로 금요일이 토요일을 대신하는 게 아니라 ‘반공일’의 몫까지 얹힌 날로 알차게 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무엇보다 ‘웰빙’시대에 맞게 개인의 ‘삶의 질’ 향상은 물론이고, 업무에서도 최대한의 효율을 이끌어내 ‘일의 질’을 함께 끌어올리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그동안 국가 경제에 미칠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은 도외시한 채 그저 주5일 근무제 시행에 대해서만만 논의해 왔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이제 주5일 근무제가 경제의 걸림돌이 아니라 새로운 추진력이 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윤원창 수석논설위원 wcy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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