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인혜
증시가 드디어 1000-500P 지수대에 안착하는 모양이다. 증시 상승에는 풍부한 유동성, 저금리와 부동산 경기 퇴조, 경기회복 전망 등 많은 요인이 있지만 이제는 한번 정말 제대로 올랐으면 하는 기대심리도 큰 것 같다. 유가나 환율쇼크가 예상만큼 크지 않은 것도 악재보다는 호재에 반응하고 싶어하는 투자자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주변에서조차 주식시장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많아졌다. 증권기자라는 이유로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어떤 주식을 사면 되냐”는 것이다. 며느리도 모른다는 주식시장을 두고 할 수 있는 대답이란 우량주, 저평가주, 실적호전주 등의 일반적인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그러면 좀 확실하게 특정 종목을 추천해 줄 수 없냐고 되묻는다.
이런 사람들에게 정말 다시 묻고 싶은 것이 있다. 어느 정도의 기간을 두고 주식투자를 할 계획이냐고. 올 상반기 코스닥 시장은 세계 최고의 상승률을 기록했고 특히 테마주들의 급등이 돋보였다. 코스닥 시장의 90% 이상이 개인 투자자들로 이뤄져 있으므로 논리대로라면 많은 차익을 거머쥔 사람이 주변에 많이 생겨야 한다. 그러나 상반기 코스닥 시장에서 재미봤다는 개미들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오히려 뒤늦게 물려들어가 수익은커녕 손해를 본 사례가 심심찮게 나온다.
이유는 하나다. 짧은 기간 안에 대박을 노린 투기가 목적이기 때문이다. 모 증권 전문가는 “은행 금리가 5%도 안 되는 마당에 증시 수익률은 100∼200%를 노리는 투자자가 아직도 많다”고 말한다.
몇 개월 지나면 결국 20∼30%의 안정적인 고수익을 거둘 수 있는 종목이 많은 데도 불구하고 굳이 며칠 사이에 상한가를 칠 종목만 찾아 떠나 결국 단타매매의 희생양이 된다고 한다. 반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주식시장에 뛰어드는 외국인 투자자들은 좀처럼 돈을 잃는 법이 없다.
물론 하루하루 등락을 반복하는 주식시장에서 마음의 중심을 잡기는 쉽지 않다. 오죽하면 ‘사놓고 3년 동안 감옥에 가라’는 말이 나올까. 하지만 1000-500P 시대에 진입하는 이 시점에 개인 투자자들도 이제는 희생양이 되지 말고 증시 상승의 혜택을 제대로 좀 누려보자. 그러기 위해서는 긴 호흡, 느린 걸음이 필요하다.
조인혜기자@전자신문, ihch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