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을 찾아서]한국전력거래소 중앙급전소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 본사 옆의 별관 5층에는 한국전력거래소의 중앙급전소가 있다. 국가 보호 시설이기도 한 이곳은 우리나라 전 발전소의 발전 현황부터 송변전, 배전 등의 전력계통 이상 유무, 전체 전력 수요 등을 한눈에 파악하고 제어한다. 또 대규모 정전사태가 발생할 경우 이를 복구하는 책임도 있다.

 청원 경찰에게서 신분을 확인받고 카드 및 지문 인식기 등의 번거로운 출입 과정을 거쳐 중앙 급전소에 들어갔다. 그날은 마침 ‘유관기관 합동 전계통 정전 복구훈련’이 한창 진행중이라 긴장감이 감돌 정도였다. 이날 훈련은 수도권 지역의 발전기 고장으로 인해 다른 지역에서 수도권의 전력 공급량이 늘어나고 이것이 원인이 돼 주요 전송망이 끊겨 경기남부와 중부지역이 정전되는 상황을 가정, 복구하는 시나리오로 짜여졌다.

 지난 2003년 미 동부에서 발생한 대규모 정전 사태를 그대로 재현한 것이다. 중앙급전소에서는 우선 수도권부터 복구를 결정했다. 중앙급전소 훈련원이 ‘분당발전소 기동하세요’라고 명령하자 분당발전소 담당 훈련원이 발전차 2대를 통해 기동해 발전소를 가동한다. 분당발전소가 정상화되자 이 전력을 다시 평택발전소로 보내 평택발전소를 다시 정상화하고 이어 안성발전소, 평택 제2발전소 등이 가동된다. 송탄발전소까지 정상 가동시키자 경기 남부 지역이 복구됐다.

 이어 중부지역도 마찬가지로 중앙급전소에서 각 지역 발전소와 송변전소에 지시함으로써 중부 전력을 정상화하고 중부지역과 경기 남부지역을 연결함으로써 1시간 10여분 만에 전 계통을 정상화했다. 이 훈련은 시뮬레이션이지만 훈련 시뮬레이터를 활용함으로써 현실감을 극대화했다.

 안용섭 한국전력거래소 중앙급전소장은 “지난 2003년에 큰 반향을 불러왔던 미국 동부의 대규모 정전사태도 한 지역의 발전소 고장에서 시작됐다”며 “우리나라는 90년대 이후 이러한 대규모 정전사태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여름철은 전력 수요가 크게 늘어나기 때문에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훈련을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안 소장은 “실제로 이러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훨씬 열악한 상황에서 이를 복구해야 할 것”이라며 “여름철은 언제나 마음을 놓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앙급전소로 들어가면 우선 눈에 띄는 것은 전력상황표다. 큰 전광판에는 공급능력, 현재 부하, 설비용량, 공급예비력, 예비율, 주파수 등의 수치가 한눈에 들어온다. 이날은 공급 능력이 5708㎾, 부하는 4833㎾, 예비율은 18%로 정상적인 운영이 이뤄지고 있었다. 가로 10m, 세로 4m의 대형 현황판에는 전국 발전소의 발전량, 송변전, 배전 현황이 실시간으로 나타난다.

 거의 300평에 이르는 이곳에 근무하는 인력은 6명. 6명이 8시간씩 근무하고 교대해 24시간 운영된다. 이곳의 직원들은 전체 전력 현황을 파악하고 발전소의 하루 발전량을 할당한다. 이곳에서 눈에 띄는 것 중 하나가 기상 데이터다. 우리나라 기상청과 일본 히마리 기상위상으로부터 실시간으로 기상 데이터를 받는다. 날씨에 따라서 전력 사용량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또 독자적으로 개발한 낙뢰 정보 데이터 분석 프로그램을 통해 낙뢰 상황도 실시간으로 파악한다.

 안 소장은 “올해 아무리 덥더라도 예비 전력을 최소 400㎾까지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전체 전력 수급을 조정할 계획”이라며 “국민은 안심하고 전력을 사용하되 유가가 급등하는 만큼 전력 사용을 아끼는 지혜를 발휘해 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전력 공급 뒤에는 이들의 노력이 숨어 있다.

유형준기자@전자신문, hjy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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