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군부대 총기 난사 사건으로 인해 ‘리셋증후군(reset syndrome)’이라는 용어가 화두에 오르고 있다. 리셋증후군이란 컴퓨터가 느려지거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 리셋 버튼만 누르면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것처럼 현실 세계에서도 ‘리셋’이 가능할 것으로 착각하는 현상을 말한다.
‘컨트롤제트증후군(Ctrl+z syndrome)’이라는 신조어도 흥미를 끈다. 컴퓨터 작업중에 실수했을 때 바로 ‘Ctrl+z’를 누르면 직전 작업으로 돌아간다. 위기가 닥쳤을 때 저도 모르게 습관적으로 ‘Ctrl+z’를 누르려고 하거나 실제로 누르는 사람들, ‘Ctrl+z’만 누르면 된다는 생각에 안일해지는 사람들이 바로 컨트롤제트증후군 환자다.
데이터 백업 기업에서 일을 하다보니 일종의 리셋증후군, 컨트롤제트증후군 환자를 종종 만난다. 어떤 문제로 인해 정보를 잃어버린다 해도 별 이상이 없을 것이라고, 다시 만들면 된다고 생각하거나 쉽게 복구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복잡다난한 정보화 사회에서 핵심적이고 중요한 정보는 리셋이나 컨트롤제트로 안전하게 보관되지도, 완벽하게 복구되지도 않는다.
‘정보화 사회(Information Society)’라는 용어는 1962년 F 마흐루프가 처음으로 사용했다. 통신·컴퓨터·교육·정보서비스 등 정보관련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총인구의 3분의 1, 이런 산업에 의한 생산이 국민총생산의 3분의 1 이상에 달하는 사회를 의미한다.
우리나라는 아시아 국가 중에선 손에 꼽히는 정보화 사회로 명실공히 정보혁명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교육·과학·문화·정치 및 기업 경영과 가정 생활 등에 걸친 전반적인 분야가 물질의 가치에 비해 정보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높고, 생산·소비·유통 활동 등이 활발하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과거 농경사회에서 ‘소(牛)’가 최고의 재산이었다면 이제는 정보가 ‘가장 값나가는 것’이 된 것이다.
한창 바쁜 농사철에 소를 도둑맞는다면 농사 짓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급속히 발전하는 최첨단 IT 시장에서 정보를 ‘도둑맞는 것’은 단순히 ‘곤란을 겪는 정도’에 그치지 않는다. 데이터 복구와 손해 배상 비용이 발생하며, 기업 이미지 및 신뢰성이 훼손당하고 고객이 이탈하게 된다. 경우에 따라선 비용 산정이 어려울 정도로 기업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시장조사기관의 자료에 의하면 시스템 장애에 따른 산업별 최대 다운타임의 허용 시간은 은행이 2일, 유통업체가 3.3일, 제조업 5일, 보험사 5.6일이라고 한다. 이 수치는 기업이 그의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통계상의 최소 수치일 뿐,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적은 시간이 기업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허용될 것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라는 속담에서 알 수 있듯, 가장 좋은 방법은 외양간을 튼튼하게 하여 소를 잃지 않는 것이다. IT적으로 말하자면 보관장소의 잠금장치, 외부 침입에 대한 감지장치 등 하드웨어적인 인프라를 동원해 정보 유출를 사전에 방지하는 안전 확보가 필요하다.
그러나 아무리 튼튼한 외양간일지라도 소를 잃는 경우는 분명 발생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정보화시대의 총아라 할 수 있는 미국이 지난 2001년에 겪은 9·11테러다. 당시 비행기가 세계무역센터에 두 번째 충돌을 한 지 불과 10분 만에 세계 주식시장 모든 선물·옵션 거래가 중단됐고 전세계의 주식이 폭락하는 대혼란을 겪었다. 사용자 실수, 관리자 실수, 하드웨어 오류, 프로그램 오류, 해커의 침입, 도난, 자연 재해 등 불가항력적인 손실에 대해서는 사후 보험이 필요하다. 이러한 최후의 안전장치로는 백업·재해 복구, 시스템 이중화 등이 있다. 세계무역센터에 있던 수많은 금융·무역 업체들이 큰 타격을 입지 않고 활동을 재개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 사후 보험 덕분이다.
디지털시대에 기하급수적으로 양산되는 각종 데이터는 국가의 자원이다. 정보가 없는 기업은 생명이 없는 것이며 정보의 생명 유지는 기업의 존폐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다. 이제 정보라는 매개체를 중심으로 그 생명력을 갖고 있는 국내의 모든 기업은 다시 한 번 정보보호 정책을 새롭게 고려해야 할 것이다.
◆소승호 한국에이템포 지사장 seungho.so@ate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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