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도전 없는 젊음은 없다
나는 47년생이다. 인생을 안다고 하기는 이르고 급변하는 21세기를 따라잡기에는 조금 늦은 나이다. 그동안 전자, 소프트웨어개발, 잡지 출판, 테마파크 등의 사업을 해왔지만 학원에 가장 애착을 갖고 있다. 첫 사업인 까닭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가르친다는 보람 때문이다. 패기만만한 젊은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길 기대하며 컴퓨터학원을 중심으로 이글을 써나가고자 한다.
학창시절 우리나라는 참으로 가난했다. 잘 살아보는게 모든 이의 꿈이었듯 나 또한 철들기 시작한 이후 늘 성공한 사업가를 꿈꾸며 살아왔다. 대학 4학년이던 해 가을, 우연히 한국과학기술연구소(현 한국과학기술연구원)에서 컴퓨터를 처음 접하게 됐다. 컴퓨터라는 말도 들어 본 적이 없던 내게 그 일은 커다란 행운이었다. 컴퓨터를 다룰 수 있는 사람이 몇 명 안된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는 이것이 성공적인 사업을 만들어 줄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가슴이 설렜다.
자본도, 경험도, 그렇다고 특별히 도움 받을 곳도 없던 내게 아직 미지의 세계인 컴퓨터 분야라면 어려운 경쟁상대를 피해 쉽게 사업의 기초를 닦을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아무튼 그 날로 컴퓨터 배우는 일에 열중했다. 다행히 적성도 잘 맞았고 사업가의 꿈을 이뤄 줄지도 모른다는 희망에 잠자는 시간도 아까웠다.
대학을 졸업한 70년 4월 아버님이 주신 적은 돈으로 컴퓨터학원을 시작했다. 대학생들이 많은 이화여대 앞에 30평 남짓 사무실을 임대해 3등분하고 사무실, 교실, 그리고 군용침대를 놓은 숙소로 사용했다.
컴퓨터분야 첫 사업으로 학원을 시작한 이유는 당시 컴퓨터의 상업적 이용 사례가 없어 사업모델을 찾을 수도 없었지만 머지않아 컴퓨터는 사용될 것이고 그렇다면 전문 인력이 양성돼야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은 세상물정 모르는 철부지가 저지른 엄청난 실수였다. 컴퓨터를 아는 이도, 경쟁자도 별로 없을 것이라며, 당시로는 변두리였던 이대 부근에 달랑 교실 한 개 만들어 놓고 교문앞에서 전단지를 뿌리는 것으로 학생들을 모집하려 했던 돈키호테식 계획은 여지없이 실패로 돌아갔다. 알고보니 내가 컴퓨터를 배우기 전부터 이미 다른 이들이 서울의 중심가 빌딩에 큰 자본을 투자해 학원을 개설하고 신문에 광고를 내고 있었던 것이다.
더욱이 이들은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유명인사들이었지만 나는 내 세울것 없는 풋내기 였다.
늑대를 피하려다가 호랑이를 만난 꼴이었다. 전단지 효과는 없었다. 주위에서는 하루라도 빨리 손을 떼라고 충고를 아끼지 않았지만 나는 인생에 처음 닥친 시련을 극복해 보고 싶었다. 먼 길을 가다보면 어려움은 반드시 만나게 돼 있다. 모든 일이 순조롭게만 돼 가는 것도 좋지 않다. 인생은 시련을 통해 성숙하고 어려움을 통해 발전한다.
젊은 날의 고생은 금을 주고도 산다고 했던가. 한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야하는 앞날이 두려움의 대상일지라도 도전하지 않는다면 젊음이 아니다.
jse@ch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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