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칼럼]한반도 SW콘텐츠 강국의 꿈

TV 방송프로그램 가운데 남북 어린이 알아맞히기 경연이 있는데 많은 국민이 이를 시청한다. 이 프로그램은 남북 차이를 극복하고 자라나는 새싹들에게 남북은 하나의 민족임을 가르치고 있다. 그런데 얼마 전 북한 측에서 낸 퀴즈 중 210의 약수 구하는 것과 원주율 3.14 문제가 나왔는데 북한 어린이는 척척 풀었지만 남한의 4학년 어린이가 풀기에는 너무 어려운 것 같았다. 이것은 학습방식이 다르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엄연히 남북체제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북한 어린이들은 극소수만 집중적으로 엘리트 교육을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중국의 동북 공정으로 고대사와 영토에 대한 동북아 역사 갈등이 그치지 않고 있는 가운데 게임을 통해 남북이 고구려 역사를 지키기 위해 e스포츠인 게임대회가 추진되고 있다. 남북 청소년 고구려게임대회 조직위원회의 e스포츠 주제는 ‘고구려를 지키자’로서, 게임종목은 놀이인간이 개발한 ‘고구려올림픽, 동맹’ ‘당태종을 잡아라’ ‘광개토대왕’ 등 3종이다. 이는 고구려 역사와 문화를 재현한 것으로 교사와 학생, 부모와 자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교육적 게임이다.

 이 대회는 3회로 나눠 진행되며 1차 대회는 휴대폰으로 게임 프로그램을 다운받아 모바일로 치르고, 2차 대회는 서울 등 5개 지역에서 PC 게임대회로 열린다. 남북 청소년이 함께 참여하는 3차 대회는 2차 대회에서 뽑힌 남과 북의 대표들이 북한에서 만나 대회를 진행하도록 되어 있다.

 올해 광복 60주년을 맞아 고구려 게임을 통해 민족 공통의 기억을 생성하는 게 중요하다. e스포츠를 통해 같은 기억을 공유함으로써 게임을 좋아하는 세대가 통일의 밑거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 남북 어린이 경연학습 프로그램처럼 소수의 엘리트만 참가하는 것이 아니라 e스포츠는 누구나 참가하여 한민족이 하나 되는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게임은 누구나 즐기는 것이므로 어린이 경연대회처럼 억지 춘향 격의 가식은 없을 것이다. 청소년 게임 프로그램도, 어린이 경연 프로그램도 자라나는 학생들을 위한 것이므로 순수함을 잃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러므로 앞으로는 TV 퀴즈경연보다는 시공간을 넘어 언제든지 대회를 치를 수 있는 유무선 게임을 통한 남북교류를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리 한민족의 교육열은 세계에서 가장 높다. 한반도에 사는 사람이나 조선족, 재미·재일·러시아교포 등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는 8000만 한민족은 자신은 굶어도 자식을 대학에 보내는 것을 큰 명예로 여긴다. 북한은 남한보다 입시경쟁이 더 치열하다.

 북한은 이공계를 중심으로 하는 대학교육을 중요시한다는 게 또 하나의 특징이다. 다른 공산권 국가와 마찬가지로 북한도 공업 발전을 위해 이공계를 높게 대우해 주다 보니 젊은이들은 과학기술에 대한 관심이 많고 이공계에 입학하려고 노력한다. 결과적으로 수준 높은 학생들을 뽑는 대학이 우수한 엔지니어들을 양성하게 된다. 그래서인지 북한에는 아웃소싱으로 개발되어 성공한 SW 프로그램이 많다. 한국이 SW강국이 되려면 이 점을 십분 활용해야 한다.

 일례로 북한은 ‘유경’ 바둑처럼 훌륭한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남한에서 개발된 우수한 바둑 프로그램보다 알고리듬이 뛰어나서 두 급 정도 위라고 판단된다. 남한 젊은이들의 자유로운 창의력과 마케팅력, 북한 젊은이들의 알고리듬 구성과 SW 개발능력이 합쳐지면 세계적인 제품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북한 대학의 수준 높은 물리와 수학 등을 활용하면 우수한 SW 및 디지털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다. 북한의 엔지니어들은 정치상황 때문에 미사일이나 핵무기를 개발하는 데 투입되고 있지만, 한반도 상황이 바뀌어서 남북 젊은 프로그래머가 함께 지혜를 모아 더 편리한 기술을 개발하는 날을 기대해 본다.

 최성 남서울대 컴퓨터학과 교수 sstar@ns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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