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에 관한 이야기가 여기저기에서 무성하게 들린다. 전문지뿐 아니라 일반 주간지 및 월간지에서도 DMB 특집을 다룬다. DMB 탄생과 관련해 담당업무를 맡았던 본인으로서도 흥분과 기대를 감추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이제 DMB를 좀 다른 측면에서 한번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7월 본방송을 앞둔 지상파DMB의 가장 큰 이슈는 지하철 및 지하상가 등 전파가 미치지 못하는 구간을 없애기 위한 중계기(갭필러) 설치와 이에 소요되는 비용을 마련키 위한 제도적 장치 및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다. 그런데 다소 성급하게 앞서 나가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2002년 가을 지상파DMB를 처음으로 구상할 때 결정적인 도움을 준 것이 KBS 기술연구소가 조사한 디지털오디오방송(DAB) 실험방송 보고서였다. 당시 관악산에서 1kW로 DAB 실험 전파를 발사하면서 수도권 및 충청 일부 지역까지 실제로 다니며 전파 세기 및 수신 상태를 조사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남산에서 10kW로 전파를 발사하는 FM방송보다 1kW의 DAB 실험방송이 오히려 수신지역이 더 넓었다.
지상파DMB는 무료서비스가 원칙이다. 따라서 도심지 구간, 고속도로, 창이 있는 실내에서 용이하게 수신되면 기본적인 서비스 역할은 다하는 셈이다. 현재 FM방송 청취자를 주요 대상으로 삼는다면 수도권의 경우 관악산, 남산 및 용문산에서 SFN 형태로 전파를 발사해 수도권 및 중부 일부 지역의 지상 구간에서 만족할 만한 수신 성능을 낼 수 있다. 지하철이나 지하공간에서의 수신은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대응해 나가도 좋을 것이다. 이보다 오히려 수도권 이외 지방에서 보다 빨리 지상파DMB 서비스를 개시하는 쪽으로 힘을 모아야 한다.
지금 정보통신부에서는 지상파TV 방송사와 함께 지방에서 사용할 채널을 찾고 있다. 그 중 전파 간섭이 거의 없는 한라산 남쪽 제주도 남부 지역은 지금이라도 어렵지 않게 채널을 할당할 수 있다. 한 가지 제안을 한다면 이 지역에서 각종 DMB 응용서비스를 위한 공공 실험·시험 방송을 해보자는 것이다.
특히 제주도는 텔레매틱스 시범 지역으로 선정돼 있는데 앞으로 DMB는 텔레매틱스 기술과 접목해 부가가치가 있는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다. 지상파DMB가 위성DMB보다 강한 분야가 바로 지역밀착형 서비스다. 이런 서비스에는 지역 교통정보를 기반으로 하는 텔레매틱스 기술 및 서비스와의 결합이 필연적이다.
정통부에서는 지상파DMB의 해외 진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 DAB를 시행중인 독일 등 유럽 각국뿐 아니라 아직 디지털방송을 본격적으로 개시하기에는 다소 역부족인 개발도상국에도 지상파DMB 도입을 적극적으로 권유하고 있다. 특히 이런 개발도상국에는 1.53MHz의 DMB 밴드 전체를 하나의 비디오 방송으로 하는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좋다. 1.53MHz 대역으로는 1Mbps가 약간 넘는 유효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다. MPEG4 H.264로 압축해 방송한다면 30인치 일반 TV에서도 훌륭한 화질을 얻을 수 있다. 하나의 DMB로 가정, 이동 및 휴대 방송을 모두 해결할 수 있다.
송신 시설에 대한 투자도 최소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DMB를 통해 디지털방송 체제로 전환한 후 시간을 갖고 2010년 이후 HD방송이 보편화됐을 때 40인치 이상 대형 화면에 적합한 ATSC 또는 DVB-T 방식 HD방송을 하면 완전한 디지털방송이 가능하다. 또 DMB는 비디오방송과 오디오방송으로 나눠 추진하지 않아도 된다.
개발도상국 관계자들이 우리나라에 왔을 때 관악산, 남산, 용문산 등 3개 송신소만으로 수도권 지상 구간을 완벽하게 커버할 수 있다고 검증해주면 신뢰를 얻을 것이다.
다음달 지상파DMB가 본방송 체제에 들어간다. 위성DMB와 상호 보완 관계를 형성해 함께 발전하는 모양새가 바람직하다. 통합단말기가 하루라도 빨리 개발돼야 한다. 지상파DMB 프로그램 및 위성DMB 프로그램을 끊김없이 볼 수 있게 되면 위성DMB 사업자로선 지상파방송을 보지 못하는 불만을 원천적으로 없앨 수 있다. 지상파DMB 사업자도 당분간 지하공간에서 수신 설비를 갖추지 않아도 시청자의 불만을 어느 정도 완화시킬 수 있다.
이재홍 정보통신연구진흥원 수석전문위원 jhlee@mic.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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