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과학과 기술이 함께 하는 나라

지난 4월 21일 제38회 과학의 날 행사가 서울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산업계·학계·연구계의 과학기술인과 과학기술 관계부처 장관, 과학기술 유공자 등 1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필자는 그 자리에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의 민간위원 자격으로 참석했다.

 그동안 과학의 날 행사는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과학기술부가 주도적으로 진행하는 게 대부분이었다. 그날 역시 과학자의 모임, 과학인들만의 잔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갖고 행사장에 참석했다.

 그러나 이번 행사에는 오명 부총리를 비롯해 이희범 산업자원부 장관,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 오거돈 해양수산부 장관 등이 대거 참석했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과학기술 유공자 77명에게 훈·포장을 직접 수여하고 격려했는데 이처럼 과학과 기술이 같이하였다는 데 필자는 보다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오늘날 과학과 기술을 굳이 구분해 본다면 과학은 지식을 연구해 이를 체계화하고, 기술은 여기에 경제적인 부가가치를 더한다. 따라서 지금까지의 과학과 기술은 시간의 함수로, 기술은 과학 다음으로 인식되어 왔다. 하지만 지금은 과학과 기술이 하나인 과학기술 동시성의 시대며, 이 기술을 산업화에 성공시키는 것이 바로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척도가 됐다.

 우리 정부가 올해 국가 연구개발(R&D) 예산 7조8000억원 중 22.4%인 1조8000억원을 산자부에 배정한 것과 우수 기술인력 양성을 위해 산자부·교육인적자원부·노동부가 공동으로 4년제 및 2년제 대학과 실업고에 올해 총 860억원을 투입하는 ‘산·학 협력 확산사업’을 추진하는 것을 봐도 잘 알 수 있다.

 과학과 기술 동시성의 중요성은 교육에서도 잘 나타난다. 지금까지 대학교육은 과학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기 때문에 기업에 입사한 신입사원들은 산업현장에 맞는 기술교육을 다시 받아야 했고 기업은 인력 및 금전적 손실을 감수해야 했다. 이에 따라 기업은 재교육에 들어가는 손실을 줄이고 우수한 과학기술인력을 산업현장에 즉시 투입하기 위해 잠재력이 있는 신입사원보다는 능력이 검증된 경력사원을 선호하는 경향으로 흘러 이공계 대졸 실업난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하지만 이제는 변하고 있다. 대학도 과학과 기술이 하나가 된 교육을 바탕으로 이론보다는 연구·실험 중심의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정부에서도 지난해 제정된 ‘국가과학기술경쟁력 강화를 위한 이공계지원특별법’에 의거해 범부처 차원의 마스터 플랜을 수립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한 참여정부 들어 과기부 장관을 과기부총리로 직위를 격상하고 산자부와 정통부의 협조체계를 구축하여 국가 과학기술 경쟁력 강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는 지금까지의 부처 간 경쟁 관계를 협력체제로 바꾸는, 그야말로 과기행정의 큰 틀을 바꾸는 시도였고 우리 미래를 밝게 하는 신호탄이라고 생각한다.

 더욱 더 중요한 시사점은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과학기술자가 인정받는 사회로 점점 바뀌어 가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최근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에서 발표한 ‘2005년도 세계경쟁력 평가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국제경쟁력은 지난해보다 6단계 상승한 29위를 기록했다. 이 중에서 기술인프라는 8위에서 2위로, 과학인프라는 19위에서 15위로 계속 상승하고 있다. 이는 아마도 진정한 과학과 기술이 있는 나라, 과학기술이 중심이 되는 나라, 어제의 경쟁관계가 내일의 협조관계로 바뀌는 나라로 변모해 가고 있는 데 따른 거라고 생각한다. 지난 과학의 날 행사는 그런 의미에서 과학과 기술이 중심이 되는 나라에서 사는 국민에게 주는 특별한 메시지였다.

◆문정기(국가과학기술위원회 민간위원) moon@gjtp.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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