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이번엔 정통부가 자료유출?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정보통신부로부터 수주해 작성한 보고서가 중간에 유출되는 바람에 홍역을 치른지 한 달도 안돼 또 한건의 보고서가 ‘유출’됐다.

 제목은 지난 번 보고서와 똑같은 ‘통신서비스업과 통신기기 제조업 간 수직결합과 정책방안’. SK텔레콤의 SK텔레텍을 통한 제조업 겸업을 규제하기 위한 정책과제를 KISDI가 검토한 내용이다. 기자가 11일 보고서를 입수해 확인한 결과 한 달 전 유출된 KISDI의 파워포인트 자료를 그대로 풀어썼을 뿐 문제점에 대한 분석과 결론이 거의 똑같은 내용이었다.

 지난 번 ‘유출’ 경로는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지만 이번 경로는 명확히 확인됐다.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 한 의원실에서 정통부 측에 ‘KISDI에 의뢰해 받은 통신사업자 제조업 겸영에 관련된 정책자료의 사본’을 요청해 받았다는 것. 이 자료가 몇몇 언론사에 전해졌고 기자에게도 한 부 들어왔다. 지난 번 유출이 한바탕 난리법석을 치렀다면 이번에는 싱겁게 경로가 드러났다.

 문제는 지난 번 보고서가 ‘유출’됐을 때 정통부가 밝힌 해명이다. 정통부는 당시 담당 국장의 입을 통해 “이 보고서는 정통부가 KISDI에 요청해 작성한 보고서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런 내용의 보고서를 보고받은 바도, 전달받은 바도 없다는 냉정한 해명이 이어졌다. 이후 정통부는 보고서의 유출을 문제삼아 KISDI에 책임을 물었고, KISDI는 큰 홍역을 치렀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똑같은 보고서가 한 달도 안돼 정통부의 손에서 국회로 전해지게 된 것. 정통부는 “우리가 의뢰한 보고서는 아니지만 국회가 요구한 경우 확보하고 있는 보고서를 제출할 의무가 있다”는 변명으로 이번에도 피해가려는 심산으로 보인다. 당시 ‘우리가 요청한 보고서가 아니다’라는 해명에 이은 제2의 해명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정보통신정책을 입안하면서 정통부가 과제명이 정해지지 않은 수시과제를 매년 수억원어치씩 KISDI에 주며 어떻게 긴밀히 서로 손발을 맞춰왔는지를 아는 사람들에게 정통부의 한 달 전 변명과 지금의 ‘유출’, 뒤이은 또 하나의 해명은 실소를 금치 못하게 한다.

  김용석기자@전자신문, y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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