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3월 22일 육군3사관학교 졸업식 연설에서 “이제 우리는 한반도뿐만 아니라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균형자 역할을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자국의 이익을 극단적으로 추구하는 역동적인 국제사회와 불안정한 동북아 정세에 비추어 우리 스스로 평화를 수호하고 번영을 추구하기 위한 적극적인 발상의 전환이라고 본다. 이 같은 맥락에서 순수한 민간 분야의 남북 IT 교류 협력도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실질적인 남북 IT 교류 협력은 2000년 6월 15일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된 이후 부분적으로 추진되기 시작했다. 남북 경협이 활성화되면서 그 일환으로 남북 IT 교류 협력도 시작됐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당시 민간 분야의 남북 IT 교류 협력에 관심이 있던 IT 전문가들은 정보 및 경험을 공유하기 위해 관련 세미나와 콘퍼런스를 개최하기도 했다. 당시에는 북한의 IT 분야에 대한 정보와 경험이 너무 부족하여 탈북자나 기업인 한두 명에게 의존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 같은 문제를 극복하고 북한의 IT 관련 정보와 경험을 공유하기 위해 자연스러운 만남이 있었고, 이는 통일IT포럼으로 발전했다. 통일IT포럼은 2000년 9월 21일 창립되었는데 북한 및 IT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하게 되었다. 이 포럼은 순수한 민간단체로서 남북 IT 교류 활성화에 필요한 다양한 정책을 제시해 왔고, 관련 정보 및 경험을 공유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토론회·세미나 등의 학술활동을 통해 남북 IT 교류 협력을 활성화하기 위한 대안을 제시하며 여론 조성에 기여했고, 남북 IT 표준화를 위해 용어·자판·코드·통신프로토콜·소프트웨어개발방법표준 등의 개발에 기여했다고 본다. 또한 남북 IT 인력 교류를 활성화하기 위해 북한 방문, 북한 인사 초청, IT 교육사업 등도 추진했다.
실질적인 남북 IT 교류 협력의 대표적인 사업으로는 2000년 3월 삼성전자와 KCC 간 통일워드, 게임, 모바일, 리눅스 등 42개 협력사업(약 300만달러 규모)을 비롯하여 20여건의 사례가 있다. 2001년 2월에는 조선민족경제협력련합회의 승인으로 평양정보쎈터와 중국 단둥에 있는 금강산국제그룹 및 하나비즈닷컴사 간의 IT 공동개발 및 기술협력, 평양정보쎈터와 우암닷컴사 간의 프로그람공동개발협약, 평양정보쎈터와 기가링크의 공동개발 협약 등이 체결됐다. 특히 북한의 조선민족경제협력련합회의 승인으로 평양정보쎈터와 금강산국제그룹 및 통일IT포럼 간에는 상호 긴밀하게 협력하고 지속적으로 협의한다는 내용의 협약을 체결했고, 2001년 말 조선민족경제협력련합회의 승인을 받아 평양정보쎈터의 초청으로 통일IT포럼 회원 10여명이 평양을 다녀온 바 있다.
순수한 민간 분야의 남북 IT 교류 협력은 지속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남북의 문화 격차를 해소하고 상호 신뢰 기반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북한은 1998년부터 금강산 관광을 허용하면서 많이 변했는데, 첨단기술을 도입하기 위해 정경분리 원칙에 따라 민간 분야의 남북 경협을 강조하고 있다. 예컨대 북한의 김책공대는 미국 시라큐스대학교와 소프트웨어 공동 연구를 추진하는 등 민간 차원의 IT 교류 협력을 도모하고 있다.
최근 북핵 등의 난제로 남북 IT 교류 협력 환경이 좋지 않지만 우리가 더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한반도뿐만 아니라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균형 역할을 충실히 하기 위해서라도 남북 IT 교류 협력에 필요한 다양한 전략을 발굴하여 추진해야 한다. 즉 인터넷, 남북학술대회, 교과과정 협력, 공동개발, 표준화 사업 등을 통해 남북 IT 교류 협력을 지속적으로 활성화해야 한다.
◆이남용 (숭실대 컴퓨터학부 교수) nylee@computing.ss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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