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수도인 스톡홀름에서 북쪽으로 160km 올라가면 포스마크라는 한적한 시골마을이 나온다. 이 곳에는 원자력 발전소 3기와 중·저준위 폐기장이 위치해 있다. 이곳의 홍보책임자인 잉에르 노르두홀름씨가 중·저준위 폐기장에 대한 설명을 마치자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이곳에 중·저준위 폐기장을 설치하면서 정부에서는 어떤 혜택을 주었습니까?” 노르두홀름씨는 “이곳에 비 정규직으로 근무하는 직원 가운데 3명이 이곳 직원이며 또 관광객이 늘었다. 그 외에 별다른 혜택은 없다”고 답했다. “반대가 심했을 텐데 어떻게 주민을 설득했습니까?”라는 질문에 “이곳에는 반대가 거의 없었다”고 했다. “그래도 환경단체는 반대가 심했을 거 아닙니까”라고 되물으니 “환경단체도 그다지 심하게 반대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래도 미심쩍어 “입지 선정은 주민투표를 통해 하셨나요”라고 물었다. “정부에서 지질 조사를 통해 3개 지역에 대한 타당성 평가를 마친 후 주민 호응도를 감안해 이 곳을 선정하게 됐다”고 답하며 오히려 당황하는 빛을 보였다.
노르두홀름씨는 왜 이러한 질문을 하는지 도대체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눈치였고 기자들도 역시 모범 답안에서 벗어난 답변에 답답해 했다. 노르두홀름씨는 더 나아가 “스웨덴은 세계에서 최초로 2007년까지 고준위 핵폐기장 부지를 선정할 계획이며 포스마크는 2개 후보지 중 하나”라며 “저준위 폐기장을 운영했기 때문에 고준위 폐기장에 대한 포스마크 주민의 반대 의견이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포스마크 한곳에 원자력 발전소는 물론 중저준위 폐기장, 고준위 폐기장에 이르기까지 모든 혐오시설(?)이 갖춰질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국내로 눈을 돌려보자. 정부는 중·저준위 폐기장 건설을 위해 특별법까지 제정했다. 해당지역에 3000억원이 지원되고, 연간 50억∼100억원의 반입수수료가 떨어진다. 직원이 900명인 한국수력원자력 본사가 해당 도에 들어가게 된다. 중저준위 폐기장이 이럴진대 고준위 폐기장에는 더욱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갈 것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정부 측의 철저하지 못한 홍보, 정책 실기 그리고 주민의 오해와 과잉반대 우려에 따른 비용치고는 너무 큰 대가를 치르는 게 아닌지 답답하다.
스톡홀름(스웨덴)=디지털산업부·유형준기자@전자신문, hjy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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