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포털 커뮤니티 사이트 고객만족센터에 접수되는 10대 회원들의 불만사항을 듣다 보면 황당할 때가 많다.
많게는 하루 1000여건인 메일과 전화 문의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개인정보 관련 내용이다. 이름을 산토끼라고 입력해 놓은 회원에게 비실명 입력에 대한 제재를 가하거나 남의 사진을 도용한 17세 회원에게 ‘경고’ 조치를 내리자 “당신 나 좀 보자”며 협박한다.
10대들은 자신의 미니홈피를 꾸미는 아이템이나 좋아하는 음악을 다운로드하기 위해 휴대폰 등을 이용, 사이버머니를 충전한다. 만 20세 미만 미성년자의 경우 법이 엄격한 까닭에 부모의 동의 하에 주민번호를 등록하는 절차를 거친다. 부모 동의를 받기 위해 전화를 걸면 영악한 아이들은 친구를 시켜 부모인 양 연출한다. 어린 음성은 숨겨지지 않는지라 “진짜 부모님 맞으세요?” 하면 뚝 끊긴다.
어디 그뿐인가. 전화요금이 통보되는 월 말이면 부모들의 항의전화를 받느라 진땀이 흐른다. 평소보다 더 나온 요금청구서를 들고 호통치는 부모님 앞에서 10대들은 오리발을 내밀기 일쑤다. 내 아이를 믿는 아버님은 “당신들이 돈을 빼간 게 아니냐”고 하신다. “자녀분께도 주의를 부탁 드립니다”라는 말에 “우리 아이가 충격받으니 그런 말은 못한다”는 응답을 들을 때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부모는 인터넷 기업이 철저한 야경국가 역할을 하길 바라고 자녀인 10대 회원들은 “공익이든 뭐든 제재하지마!” 하고 외친다. 때로는 집 나간 자녀를 찾아달라는 전화를 받기도 한다. 펑펑 울며 전화한 어머니의 애절하고 긴 사연을 들으며 해줄 수 있는 건 따뜻한 위로의 말뿐이다. 얼마 후 아이를 찾았다며 고마워서 김 한 박스를 보냈다고 하신다. 여리고 순수한 마음의 축대는 아이보다 부모에게 더 기울어가나 보다.
<김지현 다모임 커뮤니티운영팀장 joyoung226@damoi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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