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요즘 중견·중소 휴대폰업계에 이처럼 실감나는 말은 없는 듯 하다. 소위 잘 나간다는 휴대폰 대기업과는 천양지차다. 이미 중견·중소 휴대폰 업체가 상당수 사라졌고, 사라져 갈 처지에 놓였다. 모다텔·스탠더드텔레콤 등이 부도를 냈고 인터큐브는 청산절차를 밟고 있다. 세원텔레콤·텔슨전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우량기업으로 꼽히는 벨웨이브도 인수합병(M&A)을 논의중이다. 이대로 가다간 중견·중소 휴대폰업계가 공멸할 것이란 게 업계의 전언이다.
그러나 문제는 뚜렷한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대기업인 삼성전자·LG전자·팬택계열 등은 적자생존의 원칙을 존중해 줄 것을 바라고 있다. 자유시장 경제의 원칙을 훼손하지 말자는 것이다. 경쟁을 통해 살아남거나 낙오하는 기업은 청산, 혹은 M&A를 통해 해결하든 이른바 ‘정글의 법칙’이 존중돼야 한다는 논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진국 대기업처럼 M&A를 통해 청산하는 방법은 싫다고 한다. 서비스사업자가 M&A에 나서는 것도 안된다고 한다. 국가산업인 휴대폰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려 공멸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비스사업자가 제조업을 동시에 가져가는 것은 세계적인 사례를 보더라도 불행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선택적 산업 정책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반면, 중견·중소 휴대폰 업계는 정부의 정책금융 지원을 요구한다. 일시적인 자금 경색이니만큼 정부의 지원책만 있으면 소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비스사업자는 현재로선 M&A 외엔 별다른 방도가 없다고 주장한다. 외국기업에 헐값에 넘기느니 국내 기업이 인수해 기술유출도 막고 경쟁력도 강화하자는 취지다. 유티스닷컴이나 닝보버드 등으로 대표되는 중국업체들은 이미 깊숙이 M&A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중국정부가 앞장서 이를 독려하고 있다는 소문까지 들린다.
현재로선 어느 방법이 최선인지 쉽사리 판단을 내리기 어렵다. 하지만 결단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무작정 미루기만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제2, 3의 세원·텔슨전자가 출현할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고, 중국업체들의 기업사냥은 매서워지고 있다. 시장 논리든, 정책 지원이든 정부의 우선적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IT산업부·박승정기자@전자신문, sj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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