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시일반(十匙一飯)이라는 말이 있다. 열 술을 모으면 한 사람분의 먹을 양식이 된다는 뜻이다. 열 술을 모으는 목적은 뚜렷하다. 배곯는 이의 한 끼를 해결해 주기 위해서다. 돕는 사람도 부담 없다. 한 술 덜 먹는다고 배 고프지 않다.
우리 선조는 ‘십시일반’을 통해 이러한 작은 선행을 강조해 왔다. 현대엔 이를 아예 제도화했다. 바로 기금이다. 특정한 목적을 위해 적립해 놓고 필요할 때 쓰는 자금이다.
국민연금기금, 국민주택기금, 문화진흥기금, 정보화촉진기금 등 종류도 목적도 다양하다. 자산규모가 3000억원 이상인 기금만 해도 27개에 이른다. 지방자치법에 따라 지자체별로 마련하는 기금도 있다.
이들 기금은 근거법의 테두리 안에서 특정한 목적에 맞게 쓰인다. 경직된 예산에 비해 탄력적으로 재정을 집행할 수 있어 효과도 높다. 하지만 기금 관리엔 허점이 많은 모양이다. 국민연금기금의 경우 한 네티즌의 의혹 제기를 계기로 국민적인 반발을 사기도 했다. 회계 관리도 엉망이다. 급기야 기획예산처는 27개 기금에 대해 올해 결산부터 민간 회계법인의 감사를 받도록 했다.
일부에선 정부가 직접 관리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가급적 정부는 기금운용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민간에 위탁하는 추세다.
최근엔 정보화촉진기금이 문제다. 몇해 전 일부 공무원이 벤처기업과 공모해 정당한 절차를 밟지 않고 기금을 제공하고 대가를 받은 사실이 들통났다. 고양이에게 어물전을 맡긴 꼴이다. 철저한 조사와 문책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기금의 원천인 출연금을 정당하게 받지 않은 것도 이번에 드러났다. 새로 마련한 보완책도 제대로 시행해야 한다.
일부 문제가 있다고 해서 기금 자체를 백안시해선 안될 것이다. 정촉기금만 해도 지난 96년 통신사업자와 정부 출연금을 재원으로 설치돼 정보화촉진과 정보통신산업 육성, IT인력양성에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이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아 ‘도매금’으로 매도되는 게 안타깝다. ‘십시일반’, 그 정신은 예나 지금이나 유효하다.
IT산업부 신화수차장@전자신문, hs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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