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어제 입법 예고한 ‘전자상거래 등에 있어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전자상거래에 ‘에스크로 제도’를 도입한다는 것이 골자다. 한마디로 앞으로 전자상거래를 할 때 구매자가 물품 대금을 은행 등에 사전 예치하고 물건이 소비자의 손에 배송된 것을 확인한 후 사업자에게 대금이 지급되도록 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 개정안이 그동안 비대면·선불거래로 인해 빚어진 인터넷 사기 등 각종 전자거래에 따른 소비자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는 것은 틀림없다. 특히 안전성 강화로 전자거래가 크게 활성화할 여지도 많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전자상거래 사업자들은 에스크로 제도의 도입으로 인한 추가 비용 부담 등을 이유로 법 개정안에 강력 반대 의사를 표시하고 있다. 특히 에스크로 제도를 운용하는 데 있어 문제점도 많을 뿐만 아니라 복잡한 이 제도의 도입으로 인해 그나마 살아날 기미를 보이고 있는 전자상거래 시장에 자칫 찬물을 끼얹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이번 법 개정도 작년처럼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공정위는 이번 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면서 전자상거래로 인한 소비자들의 피해와 분쟁을 최소화하고 불필요한 규제를 완화함으로써 장기적으로 사업자들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업자가 에스크로 제도나 공제조합 등 4가지 안전장치 중 한 가지를 의무적으로 채택하도록 했지만 사용 여부는 소비자 판단에 따르고 이에 수반되는 비용도 소비자에게 일부 전가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공정위의 생각과는 달리 업체로서는 비용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공제조합을 만들 경우 투입되는 출자금이나 시스템 도입과 관련한 추가 비용 부담은 논외로 하더라도, 에스크로의 경우는 다소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생각된다. 에스크로 제도를 도입할 경우 당장에 부각될 수 있는 시비 거리는 바로 거래 수수료다. 소비자가 이 제도를 이용했을 때 일정 비율의 수수료를 누가 지불해야 하는 점은 분명 향후 또 다른 분쟁의 불씨가 될 수 있다고 본다. 공정위가 이를 소비자에게 일부 전가할 수 있도록 했다고 하지만 범위가 명확하지 않고 이로 인해 이용이 급격히 줄어들 수 있어 시행이 만만치 않은 게 사실이다. 소비자가 부담할 경우엔 이중부담이라는 심리기전이 작용해 구매 기피 현상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신용카드 판매 수수료를 소비자에게 전가할 경우 불만의 소리가 높다는 점이 이를 잘 말해준다.
때문에 에스크로 이용 수수료를 사업자들이 부담할 수밖에 없고 이는 마진율 하락으로 이어져 결국 경영 압박이 가중될 게 분명하다는 점에서 사업자들의 반발이 설득력을 지닌다. 그만큼 어느 쪽이든 전자상거래 시장 활성화에는 엄청난 걸림돌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정보통신부가 내년 4월에 도입하고자 미성년자 온라인게임 이용료 결제에 부모 공인인증서를 의무화한 것도 이와 비근한 사례일 것이다.
아무리 법 제정의 취지가 좋다고 하더라도 운용의 묘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면 좋은 성과를 거두지도 못한다. 내수침체가 장기화하고 있는 마당에 시장 활성화는 차치하고 규제에 가까운 제도를 굳이 서둘러 만들 필요가 있는지 의구심마저 든다. 산업과 시장의 흐름을 제대로 읽고 경제의 한 주축인 업체들이 신바람나게 일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도록 현실에 맞는 법 제정과 운용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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