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방송.통신 융합과 ‘방송통신위’

 방송과 통신의 영역은 불과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뚜렷하게 구분되었다. 방송은 불특정 다수에 대한 일방적 커뮤니케이션 행위로 공개적이었고, 이에 반해 통신은 특정인과 특정인의 양방향 커뮤니케이션 행위로 비공개적이었다. 방송망과 통신망도 서로 달라 방송을 규제하는 기관과 통신을 규제하는 기관이 별도로 존재했다.

 하지만 디지털시대로 접어든 지금은 상황이 바뀌면서 방송과 통신의 영역이 빠른 속도로 파괴되고 있다. 방송과 통신의 디지털화로 방송망을 이용한 통신서비스가 가능해지고, 통신망을 이용한 방송서비스 역시 가능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디지털화 추세에 발맞춰 방송과 통신의 융합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 방송과 휴대폰을 통한 방송 서비스의 경우에서 보듯, 통신망을 이용한 방송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은 시대의 흐름이라 할 것이다. 이들 서비스는 통신망을 이용한 것으로, 개별적이기는 하지만 여러 사람에게 제공되는 공개적인 서비스다.

 그렇다면 이들을 방송과 통신 중 어느 것으로 봐야 할까. 이들은 다수에게 공개되기 때문에 방송이라 할 수 있다. 또 대부분 본래 방송 서비스였던 것을 통신망으로 다시 서비스한다는 점에서도 방송 영역에 속한다. 그러나 이들 서비스가 통신망을 이용한다는 점, 공개가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일부에서는 통신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방송과 통신을 융합한 다양한 서비스는 계속 늘어나 대세로 자리를 잡아갈 것이다. 따라서 이들 서비스를 놓고 방송이냐 통신이냐 따지는 것은 결코 생산적이지 못 하다. 영역 구분을 하는 것은 자칫 관련 규제기관들의 밥그릇 싸움으로 비쳐질 수도 있다. 일반 이용자들에게는 방송·통신 구분은 무의미하다. 이용자들에게 중요한 것은 오직 서비스가 얼마나 유용하고 값이 싼가 하는 것뿐이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이들 서비스가 방송과 통신의 융합의 결과라는 점을 인정하고 생산적인 합의를 이루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 서비스는 방송과 통신을 아우른다. 여기에는 방송과 통신의 속성이 모두 갖추어져 있다. 따라서 방송·통신 어느 것 하나로 분류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따라서 이들 서비스에 대한 행정과 규제를 관장하는 국가기구도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마땅히 방송과 통신을 아우르는 성격을 지닌 기구여야 할 것이다.

 디지털화에 따른 방송과 통신의 융합이 대세인 지금은 방송과 통신 행정을 담당하는 국가기구를 별도로 운영하는 것은 행정의 일관성 유지에도 걸림돌로 작용할 소지가 있다. 그런 까닭에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단일 기구를 만들어 방송과 통신 행정을 관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탈리아와 영국에서도 이 제도를 도입했는데 이 같은 움직임은 세계적인 추세로 많은 나라들이 뒤를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방송과 통신 융합이 가속화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규제기구는 디지털시대에 걸맞지 않게 아직도 아날로그 사고 방식으로 방송과 통신을 구별하여 관장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서비스가 등장할 때마다 방송이냐 통신이냐를 놓고 따지고 있다. 이래서는 방송과 통신의 융합시대에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없다.

 다소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하루라도 빨리 ‘방송통신위원회’를 출범시켜 방송과 통신을 한 국가기구에서 관장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방송통신위원회’ 설치는 방송통신 융합시대에 부응해야 하는 국가적 명제다. 이런 국가적 시책에는 개인은 물론이고 집단의 이해관계는 마땅히 배제되어야 한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출범을 위해서 관계기관과 이해당사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철저하게 국익을 우선한다는 차원에서 바람직한 합의를 도출해야 할 것이다. 권위 있고 효율적인 방송통신위원회를 출범시키는 일은 차세대 성장동력 산업인 디지털 산업을 육성해 나가는 밑거름이 되는 매우 중차대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이효성 방송위원회 부위원장 hslee@kbc.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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