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구미산업단지가 단일 공단으로서는 국내 최초로 200억달러 수출을 달성했다. 74년 7900만달러로 시작해 30년 동안 253배의 성장을 일궈냈다. 12일 현재 구미산업단지의 수출액은 205억6600만달러로 전국 수출액의 10.6%를 차지하고, 무역수지 흑자액은 124억5300만달러로 전국의 80% 수준이다. 이같은 추세라면 올해말이나 내년초쯤 300억달러의 수출달성도 무난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구미단지의 200억달러 수출 돌파는 역시 일부 IT 대기업들이 달성한 ‘균형감 잃은 실적’이라는 점에서 씁쓸함을 남긴다. 수출액의 80%가 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 LG전자 등 3개 기업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수출주도 품목도 벽걸이용 TV, TFT-LCD, 반도체, 휴대폰 등이 172억달러로 84%를 메웠다.
구미단지에는 현재 이들 업체 외에도 섬유와 기계금속 등 다양한 업종의 기업들이 입주해 있으나 이들은 이번에 새로 쓴 수출역사의 들러리에 불과하다. 구미산업단지내 상당수 중소기업은 여전히 불황에 시달리고 있으며, 사양산업이라고 불리는 업종을 지키고 있는 단지내 기업들은 명맥 유지에 힘겨울 뿐이다.
이런 가운데 구미시는 이달말 ‘수출 200억달러 달성 기념 및 기업하기 좋은 구미 만들기 다짐대회’를 열기로 했다. 수출에 기여한 근로자·기업인들의 노고를 격려하기 위한 핸드프린팅 행사도 있고 인기가수 초청 시민 위안잔치도 연다. 구미시 관계자는 “수출 200억달러 달성이 36만 시민 모두의 결실이므로 축제도 모든 시민이 함께하는 행사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시는 축제 샴페인을 터뜨리기에 앞서 구미산업단지에 여전히 불황의 탈출구를 찾아 안간힘을 쓰는 중소기업들이 더 많다는 점도 생각해야 한다. ‘기업하기 좋은 도시’는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에게도 어울리는 문구가 되어야 한다. 구미시의 ‘200억달러 기념행사’가 경기부진의 늪속에 있는 대다수 중소기업 근로자와 그 가족들이 소외되는 ‘그들만의 잔치’가 되어선 안될 것이다.
<구미=정재훈기자 jh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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