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즐거운 마음으로 한국 영화를 보러 극장에 가곤 한다. 국산 영화를 지키고 보호하려는 마음이 아니고 진짜 보고 싶고, 볼 만해서 보러 간다.
이는 필자만의 생각은 아닌 듯하다. 지난해 국내 영화계만 보더라도 흥행 상위권에 올라간 작품들이 대부분 한국 영화란 점이 그렇다. 단지 이런 흥행성적 이외에도 작품의 다양성 등을 봐도 이전과는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물론 일부 베끼기에 급급한 영화도 있지만 소재가 다양해져 관객의 입맛을 충족시켜주고 있다.
어떤 분의 얘기는 이렇게 한국 영화가 성장하는 배경에는 영화아카데미라는, 학교가 아닌 대안교육에 의해 진정으로 목숨 걸고 영화를 하려는 사람들을 키워내는 시스템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최근 주목 받는 감독이나 프로듀서, 제작진 중에 이 아카데미 출신들이 많은 이유를 정보기술(IT) 업계에 있는 우리는 어떻게 봐야 할까. IT 업계에는 과연 이러한 인물들이 존재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IT업계의 미래 경쟁력인 소프트웨어 산업을 보면 앞은 더욱 깜깜해진다. 소프트웨어의 핵심은 사람이고 창의적 리더가 중요하다는 말을 늘 한다.
그러나 내가 아는 어느 학교도 훌륭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와 설계자를 키워낸다고 인정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창의력을 키워내는 것은 고사하고 그나마 창의성 있는 인재마저 능력을 저버리게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면 잘못된 얘기일까.
국가 신성장 엔진을 고민하는 여러 그룹들과 얘기해 봐도 결국 결론 중 하나는 소프트웨어 능력이다. 그것이 부품에 들어가는 것이든, 시스템에 내장되든, 아니면 응용 영역에서 활용되든, 핵심요소 중 하나는 혁신적인 소프트웨어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이런 소프트웨어를 설계하고 개발하는 리더는 과연 있는가. 우리에게 빌 조이, 리처드 스톨만, 리누스 토발즈, 제임스 고슬링이라는 이름처럼 언제든지 떠오르는 우리나라의 소프트웨어 설계자나 구루(대가)가 있는가.
매월 우수 소프트웨어를 선정하고 연말마다 대상을 주는 행사에도 개발 책임자보다는 회사 사장이 더 돋보이게 나오는 나라. 소프트웨어 리더나 개발자가 주인이 안 되는 소프트웨어 전문 전시회를 볼 때, 과연 우리는 소프트웨어 능력 부족을 진정으로 안타까워 하고 있으며 고급 인력에 대한 애탄 갈증을 가지고 있는지 의문스럽다.
앞으로 정부나 언론에서 하는 모든 소프트웨어 관련 행사는 소프트웨어 리더들에게 우선권을 넘겨줘야 한다고 본다. 그들의 토론장이 되고 그들의 잔치가 되도록 해야 한다. 모든 소프트웨어 개발에 대한 시상과 보상은 개발자에게 돌아가게 해야 한다. 소프트웨어의 혁명적인 부흥 없이는 국내 IT산업의 발전의 의미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감독과 선수가 대접 못 받는 스포츠, 감독과 배우가 대접 못 받는 영화계는 의미 없는 것이다. 이렇게 되었을 때의 부작용은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몇년 뒤에 중국과 인도에서 나오는 훌륭한 소프트웨어 기술이나 제품을 보면서 탄식할 때는 너무 늦을 것이다.
진정으로 미래 가치를 창조하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에게 우리가 적절한 대우와 존경을 보내지 않을 경우 우리 주위에는 어떤 창의적 인간도 이 영역에 남아 있지 않을 것이다. 결국 우리 IT의 모습은 여기저기 속이 비어 있는 허약한 구조가 될 수밖에 없다.
적절한 대우가 아니라도 그들이 만나서 토의하고 공동으로 연구하고 도전할 수 있는 클럽이라도 육성해야 할 것이다. 가르치지 못하고 이끌어주지 못한다면 그들만의 아카데미라도 만들어 줘야 하지 않을까.
◆ 한상기 다음커뮤니케이션 전략그룹 대표 stevehan@daum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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