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칼럼]동트는 전자정치시대

 우리나라는 세계가 인정하는 정보통신 강국이다. 특히 인터넷 보급률에 관해서는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정보기술의 대중화는 일상생활뿐만 아니라 정치·사회의 변혁을 초래하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의 인터넷 선거운동, 각 후보들의 사이버 홍보전, 언론사의 홈페이지를 통한 여론조사 및 게시판을 휩쓸다시피한 네티즌 여론의 힘, 신생 인터넷 언론사의 영향력 확대 등의 흐름을 볼 때 우리나라는 이미 직접민주주의를 표방하는 사이버 정치, 전자정치(e-Politics)의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민주주의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선거에 있어서는 여전히 투표용지에 의존하고 있다.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나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의 경우, 한번 실시하는 데 2000억원 이상의 막대한 비용과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이러한 문제의 해결을 위해 인터넷 투표를 통한 전자정부의 구현을 대안으로 제시하고자 한다.

 지난 미국 대통령 선거 당시 플로리다 주의 재검표 소동이 있었다. 이후 미국의 MIT(매사추세츠 공과대학)와 칼텍(캘리포니아 공과대학)은 투표 오류에 대한 원인 분석에 들어가 펀치카드 방식보다 광학 스캔방식이 더 낫고 터치스크린을 포함한 전자 장비를 이용하면 더욱 개선될 것이라는 보고서를 냈다.

 또 유럽공동체는 2000년 9월부터 3년간 사이버투표(CyberVote)란 이름의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 인터넷 터미널과 휴대폰을 이용한 혁신적인 사이버 투표 시스템을 연구하고 프로토타입을 내놓기도 했다.

 우리나라도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전자투표가 도입돼 터치스크린 방식의 키오스크 단말기가 사용됐다. 화면상에 나타난 후보의 얼굴과 이름을 손가락으로 눌러 투표한 뒤 결과는 KT 통신망을 통해 최종 선거관리위원회 서버에 집계하는 방식이다.

 해킹 및 서버다운 등 다양한 기술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민주당과 시스템 개발사는 128비트 암호화, 데이터 압축 및 오프라인 전송 등 다양한 보안체계를 갖추었다. 공신력을 높이기 위해 프로그램 소스 코드는 한국전산원의 감리를 받았다.

 한·일의 학·연·산 정보기술 전문 기관의 자발적인 협동으로 추진된 2002년 FIFA 한일 월드컵에서는 인터넷 투표를 통하여 최우수선수(MVP)를 선출하는 보토피아(Votopia) 시스템이 세계 최초로 선보이기도 했다.

 총선이나 국민투표와 같은 규모가 큰 선거전에도 인터넷 투표 도입이 가능할 것이다. 많은 법률적·사회적 이슈들이 논의될 수 있으나 1차적으로는 이미 검증된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방식을 적용한다면 무리는 없어 보인다.

 또 유권자의 인증 문제나 투표 컴퓨터의 해킹 방지를 위한 대책 등은 전자서명을 비롯한 다양한 암호학적 기술을 결합함으로써 안전한 전자투표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인터넷 투표는 투표자 및 선거관리위원회 모두의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고, 투명성 및 편리성이 높아지며, 고비용의 정치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다.

 범국가적 차원에서 인터넷 투표를 우선 부재자 대상으로 적용하거나 재외 국민들의 정치 참여도를 높이는 방안 등 단계별 적용을 논의해도 좋을 시점이다.

 ◆ 김광조 한국정보통신대학교(ICU) 국제정보보호기술연구소장 kkj@ic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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