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IPv6전략협의회 제역할 기대한다

　차세대인터넷프로토콜(IPv6)을 조기에 보급시키기 위한 민·관·학·연 협의기구인 IPv6전략협의회가 정식으로 출범했다. 무엇보다 그동안 개별적으로 추진해오던 IPv6사업에 민·관 합동의 공조체제가 구축됐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 특히 협의회 위원장은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인데다 여기에 위원으로 참여하는 유무선통신사업자·네트워크장비제조업체·유관기관 대표들이 모두 의사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인물들이어서 국내 IPv6 보급에 한층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잘 알다시피 우리 정부가 IPv6 보급 촉진에 팔을 걷고 나선 것은 IPv4 체제에서의 주소 고갈 문제와 보안성·이동성 등 현재 인터넷의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는 뜻도 있지만 이 보다도 우리나라를 인터넷 소비국에서 생산국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한 의도가 강하다고 할 수 있다. 모든 e비즈니스의 시작이 인터넷 주소 확보에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미국이 그간 IPv6 개발에 소극적이었던 것은 현재 인터넷 주소의 70% 이상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특히 무한대에 가까운 인터넷 주소 생성이 가능한 IPv6는 인간친화적 인터넷 환경으로 여겨지는 유비쿼터스 환경을 구축하는 기반이 될 뿐만 아니라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디지털홈이나 광대역통합망(BcN) 구축 사업에 필수적으로 도입해야할 요소이다. 그만큼 우리나라가 정보통신 일류국가로 도약하느냐는 IPv6를 얼마나 빨리 보급하느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IPv6 보급은 정부 혼자서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IPv6 핵심 기술 개발과 이에 따른 파생 산업의 발전 등 관련 사안에 대해 민·관이 머리를 맞대고 현안과제를 찾아 해결할 때 효율적 보급이 이뤄질 수 있다. 우리가 IPv6전략협의회의 활동을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업측 위원들이 첫 회의에서 IPv6 관련 장비와 서비스를 결합하여 테스트할 수 있는 시범망이 필요하다고 한 지적은 IPv6기술 개발 활성화를 위한 현안과제로 여겨진다. 특히 기업이 IPv6를 도입하는 경우 세제감면 등의 인센티브를 도입해야 한다는 건의는 조기보급을 위해 해결해야할 사안이다.

　사실 국내 IT기업들은 정부의 IPv6 보급 계획에 앞서 IPv6관련 기술을 꾸준히 연구해왔다. 다만 적극적으로 상용화에 나서지 않았을 뿐이다. 수요가 거의 없는 데다 자칫 앞서나가다가 정작 매출로 연결되지 않으면 손해만 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진대제 장관이 IPv6를 공공부문에 우선 적용할 수 있도록 관련기관과 적극 협의하겠다고 밝힌 것이나 한국전산원이 IPv6시범망을 확대 구축해 내년초 개방하겠다는 것은 기업들에게 IPv6 관련기술 개발과 보급을 촉진하는 기폭제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제 중요한 것은 기관별로 IPv6 도입을 위한 구체적 실행 방안을 수립해 실천하는 것이다. IPv6전략협의회에서는 이들 기관의 도입계획을 토대로 기술개발에서 표준화, 인증, 국제 협력과 관련된 부문을 지원해주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정부도 기업이 개발한 IPv6 관련 결과물이 안정적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수요처를 확보해주는 지원 역할을 해야 한다. 그래야만 정부가 의도하는 산업육성도 가능하고 기업들도 투자에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