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방송통신위원회 설립

 강대인 신임 방송위원장이 방송통신위원회 설립을 제안해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는 기자간담회에서 방송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방송과 통신을 아우르는 중장기 방송정책 수립, 관련법제 정비 및 통합규제기관 설립 문제 등을 관련부처와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특히 방송과 통신이 융합하는 시대적인 흐름에 맞춰 방송통신위원회를 설립하는 것도 관계부처와 협의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물론 부분적으로 이미 거론됐던 내용이긴 하지만 이른 시일내 정통부와 방송위 전문가들이 참여해 의견을 교환하고 관계부처와 청와대에 보고하겠다는 내용의 구체적인 일정을 밝힌 것을 봐선 그 의지가 어느 정도인지 이해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그동안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방송통신위원회를 어떻게 추진하느냐가 주요 관심사항이다. 어떻게 해서 현재 의견이 상충해 있는 정통부와 방송위원회가 무리없이 방송통신위원회를 설립하느냐 하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번 강 위원장이 제시한 방안에 업계의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설립 문제는 사실 오래 전부터 거론돼 왔다. 정통부는 지난 98년 공보처 폐지에 맞춰 방송위원회와 종합유선방송위원회 기능을 통합해 이를 수행하는 방송통신위원회를 만들자고 제의했다. 이후 관련부처들의 이해관계에 얽혀 더 이상 진전없이 현재에 이르고 있는 실정이다.

 정통부의 방송정책은 정책대로, 방송위의 활동은 활동대로 종합조정 기능 없이 수행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에는 방송법 시행규칙의 법안문제에서 서로 양보없는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방송위원장이 방송통신위원회의 설립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는 것을 보면 그 중요성이 어느 정도인지 이해가 가고 남는다.

 하지만 여러 가지 상황에 비춰볼 때 방송위의 예상대로 방송통신위원회를 조속한 시일내에 발족시키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당사자인 방송위와 정통부가 주도권 경쟁을 벌이지 않고 서로 합심해 나간다는 것을 전제로 했을 때 방송통신위원회 설립은 효과적으로 차근차근 추진해 나갈 수 있다. 우선 단기적인 관점에선 급격한 구조개편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현재 관계 기구간에 중복된 비효율적인 정책 및 허가 기능을 일원화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책 운영기구는 물론 관련기업이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 할 수 있다면 방송위원화와 정통부간 상설 정책협의회를 설치해 원할한 직무 수행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러한 절차가 끝나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방송통신 융합과 시장개방의 가속화를 고려해 제대로 된 방송통신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 그래야 무리없이 조직을 결성할 수 있을 것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향후 법률적인 조직으로 설립된다면 어떻게 운영하는냐에 따라 그 성격은 크게 달라지기 마련이다. 특히 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통신 관련 정책, 허가, 경제적 규제 기능을 총괄 수행하면서 정부기구로서의 위상을 갖되 내용심의에 해당하는 규범적 규제 기능은 민간기구로 위임하는 형태로 운영되는 게 가장 좋은 모습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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