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특강> 미래 통신기술 PLC

 필자 심수철

 ▲72년 삼척공업고 졸업

 ▲77년 중앙대 기계공학과 졸업

 ▲98년 1월∼99년 1월 삼성전자 냉기사업부 개발팀장 이사보

 ▲99년 1월∼2000년 2월 삼성전자 정보가전총괄 냉공조사업부 개발팀장 연구위원(이사보)

 ▲현재 삼성전자 생활가전총괄 시스템가전사업부 개발팀장

 ▲scshim@samsung.co.kr

 전력선통신(PLC:Power Line Communication)은 현재 모든 가구에 전력선이 보급돼 있어 현존하는 인프라 중 가장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존 네트워크의 사각지대에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라스트마일(last-mile) 솔루션으로 기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초고속 인터넷 사업을 통해 국내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ADSL·케이블모뎀 등이 보편화됐다고 하지만 아직까지 이들 네트워크가 미치지 못하는 구간이 존재하며 이 구간을 전력선 네트워크를 통해 연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네트워크 구성에 필요한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는 장점은 투자자들과 관련 사업자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또 PLC는 앞으로 다가올 홈네트워킹 시대에서 강력한 솔루션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홈네트워킹이 보편화되기 위한 전제 가운데 하나는 배선이 손쉬워야 한다는 점이다. 홈네트워킹을 위해 배선공사를 새로 해야 한다면 많은 가정에서 이를 외면할 것이라는 사실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PLC는 기존의 전원 콘센트에 플러그만 연결하면 통신이 가능한 기술이기에 홈네트워크에 적합한 솔루션이다. PLC를 이용한 외부망 연결을 위한 고속 액세스 기술과 홈 네트워크의 저속 제어기술은 신규 서비스 및 잠재 시장을 활성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돼 국내외 통신업체나 전력업체가 차세대 통신기술로 주목하고 있다.

 PLC란 전력을 공급하는 전력선을 매개체로 음성과 데이터를 수백㎑∼수십㎒의 고주파 신호에 실어 통신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사실 PLC는 전력선을 매체로 통신하기 때문에 통신용 케이블이나 광섬유를 이용한 데이터 전송에 비해 구현이 어렵다.

 특히 높은 부하와 간섭 현상, 잡음, 가변하는 임피던스(impedance)와 신호감쇠현상 등 특수한 환경을 극복하고 제한된 전송 전력을 통해 데이터를 전달해야 하는 어려움이 따른다. 전력선을 통해 발생하는 노이즈는 전동 모터와 같이 비동기적으로 발생하는 노이즈, 60㎐ 정수배의 주파수에서 발생하는 고주파 노이즈(harmonic noise), 전자기기의 스위치를 연결하거나 끊을 때 발생하는 독립적인 임펄스(impulse) 노이즈 등이 존재한다.

 이처럼 PLC의 열악한 채널 환경과 채널 특성을 파악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다음과 같은 다양한 기술을 적용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우선 노이즈 환경에서 전력선을 매개체로 데이터를 주파수에 실으려면 반드시 다른 형태의 신호로 바꿔주는 과정이 필요하다. 즉 모듈레이션(modulation)이라고 불리는 일련의 주파수 변조 과정을 통해 주파수 형태를 바꾸어야 하는 것이다.

 또 전력선에 통신주파수를 싣기 위해선 변조된 통신 신호를 전력선과 결합하는 커플링(coupling) 기술이 필요하고 데이터를 수신하는 측에서 원하는 통신 신호만을 받아들이고 필요하지 않은 대역의 신호를 제거하려면 수신측에 프리필터(pre-filter)라는 장치가 필요하다.

 데이터 통신의 에러율을 줄이려면 데이터를 코드화된 부호체계로 바꿔줘야 한다. 이때 필요한 기술이 바로 채널 코딩(channel coding)이다. 바로 이 과정에서 전력선 통신 모뎀 개발 회사들은 자사의 코딩 기술을 적용하게 된다.

 액세스 분야에서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속도 문제를 향상하고 열악한 전력선 채널의 속성을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신호 변조와 복조 기술이 이용된다.

 PLC 기술은 크게 가정내의 홈네트워크 기술과 가정과 외부망의 연결을 위한 액세스 기술로 구분된다. 데이터 전송 속도에 따라서는 저속 60bps∼10Kbps, 중속 10Kbps∼1Mbps, 고속 1∼10Mbps로 구분되며 이에 따라 저속은 홈네트워킹의 제어용으로, 중속은 홈네트워킹의 데이터 통신용으로, 고속은 외부망 액세스용으로 통신 목적을 나눌 수 있다.

 저속 PLC 분야는 고속의 액세스 분야보다 오래 전부터 관련 기술 개발이 진행돼 왔다. 저속 PLC는 그 기술 개발 기간만큼의 신뢰성을 가지고 있다. 저속 PLC 기술은 주로 홈네트워킹 분야의 가전기기 제어를 위해 사용돼왔다. 이 기술은 집안에 있는 조명기기 또는 가전제품의 스위치를 켜고 끄거나, 가스 밸브를 잠그고, 집안을 모니터링하는 등 다양한 가전기기를 제어하는 기술로 발전해왔다.

 저속 PLC는 오랜 기술적 발전을 통해 안정된 신뢰성을 확보해 현재 홈네트워킹이나 공장제어 등 많은 분야에서 상용화돼 있다. 많은 연구단체와 업계의 PLC에 대한 관심과 연구는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앞서 언급한 노이즈, 신호 감쇠 등의 전력선 통신 채널들의 특성을 극복하고 데이터를 신뢰성 있게 전송할 수 있게끔 하는 여러 기술들이 개발됐고 현재에 와서는 안정된 저속 PLC망을 구축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낮은 주파수 대역에서 구현이 가능하기에 현 전파관리법과 전기용품 안전 규격 범위에서 구현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반면 다양한 홈네트워킹 콘텐츠 분야에 대한 소비자 욕구의 대안으로 중속 PLC와 전력선만을 통해 인터넷망에 연결해 네트워크 구성의 비용 절감을 꾀하는 고속 PLC 액세스 기술도 관심을 받고 있다. 그러나 아직 중속과 고속 PLC 기술은 시작 단계로 과부하에 의한 전파방해, 시시각각 변하는 채널 특성, 통신법의 규제에 따른 제한된 주파수 대역의 할당, 가전기기에 의한 잡음 등의 문제들을 해결해야 한다.

 기술적 표준이 정해지지 않은 PLC에 대한 기술적 협력과 정부와의 협의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들이 세계 각국에 구성돼 있다. 국내에서는 전력선 통신 관련 업체와 기관으로 구성된 ‘PLC 포럼 코리아(PLC Forum Korea)’가 있으며 이를 중심으로 표준화 활동 및 정부와의 협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국외에서는 미국의 ‘홈플러그 얼라이언스(HomePlug Alliance)’, 유럽의 ‘PLC 포럼(PLC Forum)’, 일본의 ‘에코넷 컨소시엄(Echonet Consortium)’ 등 지역별로 표준화 단체가 활동중이다. 아직까지는 국제적으로 PLC 표준화를 이끌어 나갈 단체가 결성돼 있지 않은 실정이다.

 지난 8월 삼성전자에서는 저속 PLC를 이용한 홈 네트워킹을 용인수지 아파트 100가구에 구축하는 상용화 시범 사업을 개시했다. 집 안팎에서 가정의 에어컨·세탁기 등 가전제품을 인터넷과 휴대폰을 통해 제어하고 모니터링할 수 있는 홈네트워크 솔루션을 선보인 것이다. 전력선 통신의 장점과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업으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었다.

 이렇듯 홈네트워킹 분야에 저속 PLC 시장이 형성돼 있지만 고속 PLC 시장은 주요 회사별로 핵심기술의 개발을 통해 독자적으로 개발한 시스템을 시범적으로 운영하는 단계에 있어 아직까지는 시장이 형성되지 않고 있다.

 이제 전력선 통신 시대가 오고 있다. 유럽 및 개도국을 중심으로 큰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기대된다. 유럽의 경우 오래된 건물들이 많아 신규 전화선을 설치하기가 어려운 실정에 있어 독일과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전력선 통신망에 대한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중국·동남아시아·중남미·인도 등 개도국은 전화선의 보급이 현재 열악한 실정에 있으며 전력선 통신망이 개발되면 별도의 전화선을 설치할 필요가 없이 PLC망을 통신망으로 구축할 것으로 예상된다. PLC망의 주요 대상은 가정·소호(SOHO) 및 중소규모 기업을 대상으로 비메모리반도체·단말기·디지털가전·인터넷 콘텐츠 등 관련 산업 전반에 파급효과가 큰 산업으로 기대되고 있다.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에 정확한 예측 자료는 없으나 산업자원부의 관련 연구자료에 따르면 총 185억달러로 예상된다. PLC는 어느 지역이나 가정 내 어느 공간이나 곳곳에 연결돼 있는 전력선 망을 이용한다는 뛰어난 장점이 있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몇 가지 과제를 안고 있다.

 첫째 통신의 속도와 신뢰성을 확보하기위해 전력선의 채널 특성과 노이즈 문제점 등을 해결해야 한다. 둘째 프로토콜의 표준화가 진행돼야 한다. 현재 가전업체와 통신업체들이 내놓고 있는 제품들은 같은 회사의 제품끼리만 통신이 가능해 모든 제품이 상호 호환될 수 있도록 국내외적인 표준 프로토콜 제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발전해 나갈 고속 PLC기술을 위해 법적인 제재를 해결해야 한다.

 통신속도는 주파수 대역에 비례한다. 현재 이 주파수 대역이 9∼450㎑로 전파법에 의해 규제돼 고속 PLC를 개발 상용화하는 것에 제약이 따르고 있다. 그러나 최근 제한돼 있는 현행 전력선 통신 주파수대역을 1∼30㎒로 확대하기 위한 정부 및 업계의 활발한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어 조만간 해결될 것이라 예상된다.

 가장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전력선망을 이용해 별도의 배선이 필요치 않은 PLC 기술은 소비자들에게나 사업자들에게나 매력적이지 않을 수 없다. 간단한 설치와 저렴한 통신망 구성 비용의 장점을 토대로 통신의 신뢰성을 확보하고 통신의 표준화를 이끌어낸다면 PLC는 미래의 통신 기술로서 확고히 자리를 잡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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